[일본 대지진] “日 전력·물류시스템 붕괴… 부품수입 한국기업 큰 타격”

입력 2011-03-18 22:05


요코가와전기 한국지사 쓰지 가즈아키 사장

전력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요코가와전기 한국지사 쓰지 가즈아키(58) 사장은 18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내 전력공급과 물류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며 “일본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쓰지 사장은 그러나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격려를 받은 일본인들은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희망을 보태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요코가와전기는 세계 29개국에 105개 지사를 세운 대기업이다.

쓰지 사장은 도로가 붕괴되고, 기름 공급이 딸려 물자 수송이 지연되는 등 일본 내 물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걱정했다. 그는 “핵심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공장을 가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요코가와전기 역시 당장 다음주부터 일본에서 기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 시스템도 복구되지 않아 도쿄 본사에서 지방 생산 공장 가동 상황을 정확히 보고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생산 계획을 짜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전력 공급 문제도 심각하다고 염려했다. 그는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阜)지역에 요코가와전기 공장이 있지만 매일 제한송전(계획정전)이 되고 있어 주문 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지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그때까지 절전과 제한송전이 계속돼 일본에 생산설비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업체, 파나소닉·소니 등 대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핵심 제품을 공급받는 다른 국가의 피해도 예상했다. 쓰지 사장은 “삼성이나 LG도 일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요국의 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쓰지 사장은 “일본인은 지진이나 태풍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언제나 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자연재해가 오더라도 재건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 등 국제사회가 보여준 도움의 손길에도 감사를 표했다. 쓰지 사장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보여준 한국인의 위로에 많은 일본인이 감격하고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발전하고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