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원전 대체 에너지’ 석탄·LNG·원유 가격 급등세
입력 2011-03-18 22:04
전 세계 에너지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 원료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것.
당장 화력발전 연료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일본 지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 시점에서 원자력발전을 줄이면서도 발전량을 유지하는 방법은 화력발전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18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17일 유럽시장(ARA)에서 거래된 석탄 가격은 t당 128.75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4.25달러 떨어졌음에도 지진 전 주당 평균 가격보다 6달러 이상 비싸다.
세계 LNG 대표시장인 영국선물시장(NBP)에서 지난 16일 거래된 4월 인도분 LNG 가격 역시 지난 10일보다 12% 뛰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당초 유럽으로 가려던 물량 중 일부가 일본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현물가격에도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락세를 보였던 원유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는 1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91달러 오른 106.10달러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각각 3.44달러, 4.30달러 뛰었다.
당초 일본 정제시설이 지진 피해를 입은 탓에 일본의 원유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지진이 세계 경제 회복 속도를 늦출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유가격은 하락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이 화력발전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과 함께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했다. 노무라 증권은 중기적으로 일본의 하루 원유 수요가 17만1000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도 일본은 매일 440만 배럴을 소비하는 세계 3위의 석유소비 대국이다.
화력발전 증가 전망은 탄소배출권 가격도 높이고 있다. 12월 인도분 가격이 t당 17.76유로로 최근 27개월래 가장 높다. 석탄·탄소배출권 거래 업체인 노블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리카르도 라이먼은 “일본의 원자력 위기로 우라늄이 아닌 다른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이 주춤하면 발전용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라늄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진 전 파운드당 69달러였던 우라늄 정광(精鑛)은 지진 이후 50달러로 내려앉았다. 우라늄 가격은 지난 8개월 동안 계속 상승해왔고 특히 지난달 가격은 73달러까지 치솟아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전 폭발로 우라늄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하고 말았다. 원자력연구소(NEI)는 일본 사태 이후 전 세계 우라늄 소비가 3%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올해 유가전망치를 20% 정도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출입 피해보다 전 세계가 원전 사용을 줄이는 데서 오는 에너지 자원 가격 압박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이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이들 원전을 대신할 정도의 화력발전소를 짓는다면 석탄과 석유가 얼마나 더 필요하겠느냐”면서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