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G7, 불붙은 엔高에 ‘물 붓기’… 81엔선으로 급락
입력 2011-03-18 18:32
엔고 저지를 위한 ‘역플라자 합의’가 또 나왔다. 대지진과 원전 폭발사고에 슈퍼엔고까지 겹치면서 침몰 위기에 놓인 일본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다. 국제 사회의 공조로 엔화가치는 급락세로 돌아섰고 아시아 각국 주가는 상승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대외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G7 공조로 엔화가치 급락세=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8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역내 주요국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화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과다한 환율 변동성은 경제와 금융 안정을 저해한다”며 “외환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적절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이날 일본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G7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 개입에 나선 것은 지진과 원전 사고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엔고까지 겹칠 경우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일본 경제가 침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계 경제 비중이 8.7%로 3위 경제대국인 일본 경제가 휘청대면 회복기미를 보이는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G7 공동 개입 성명에 따라 전날 달러당 76.25엔까지 내렸던 엔화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기준 전날보다 2.49엔(3.1%) 오른 달러당 81.75엔까지 급등(엔화가치는 급락)했다. 닛케이지수는 244.08포인트(2.72%) 오른 9206.75에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피(1.13%), 중국 상하이(0.33%), 홍콩 항셍지수(0.07%) 등 아시아 증시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70원 내린 112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화 안정될까=이번 국제사회의 공동 개입으로 엔화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G7의 주요 목적은 엔화를 안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 개입이 장기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BNP파리바의 외환전문가 로버트 라이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 개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자 마지막 수단이었다”며 “(이번 외환시장 공조가) 효과를 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날 달러당 11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하락하면서 우리나라는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부담은 다소 덜게 됐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G7 공조로 국제금융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며 “환율 변동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이상원 연구원은 “당분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80∼82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원전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태여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G7 공조가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했지만 대외 변수가 많아 엔화 강세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희 백민정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