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와타 가즈마사 日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직접 피해액, 고베지진의 배 넘어 20조엔 될 것”

입력 2011-03-18 22:02


동일본 대지진은 전후 일본의 최대 재앙이 될 것이다. 종전까지는 1995년 고베(神戶) 지진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의 3종 세트로 밀려온 복합재해라는 점에서 그 피해 규모가 훨씬 심각하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벌어진 대재앙은 내부 경기침체는 물론 한국 경제 등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다.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의 동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正)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을 18일 도쿄 오테마치(大手町)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일본 경제의 피해 규모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직접 피해액 고베 때의 배=이와타 이사장은 “고베 지진의 직접 피해액은 10조엔 정도였으나 이번은 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베 때는 사회 인프라시설이 주로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지진은 지진·쓰나미의 범위가 넓었고 원전 폭발로 전력공급 애로 등이 겹쳤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겪어오다 2009년 3월 바닥을 찍고 그해 2분기부터 2010년 4분기까지 전 분기 대비 평균성장률이 3.8%를 나타낼 만큼 회복세였다. 올 1, 2월 성장률도 상승세였다. 하지만 이와타 이사장은 이번 재해로 올 상반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선진국들은 재해를 당해도 단기간에 회복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사태는 전력문제가 끼어 있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태 수습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원전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 및 제3의 에너지원 개발 등의 추가비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엔고의 범인은 누구냐=대지진 전 엔·달러 환율이 82엔대에서 18일 한때 76엔대까지 떨어진 상황에 대해 그는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손보사, 외국금융기관, 단기적인 캐리트레이드(금리 차를 노린 자금 이동) 등을 범인으로 꼽았다. 그중에서 둘째, 셋째가 문제라고 했다.



재해 발생 직후 일본은행이 푼 자금을 빌리자면 담보(주로 채권)가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들이 달러 자산을 팔고 엔화를 매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단기 캐리트레이드의 이동도 문제라고 했다. 어제 엔화는 선진 7개국(G7)이 공동전선을 펴 81엔대로 회복했으나 글로벌 유동성 규모가 커진 만큼 환율 변동은 다반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 다시 회복하려면=이와타 이사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추경예산 5조엔 가량을 3월 중으로 편성해 복구비에 충당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국채발행은 재정 악화와 금리인상 유발 가능성이 있어 집권 민주당이 거론해온 자녀수당,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등의 공약을 당분한 동결해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비 등 각종 지원책 동결로 당장 필요한 5조엔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둘째, 중장기적인 대응은 ‘복구세를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원전 의존형 전력공급체계를 태양열, 지열, 풍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자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휘발유에 ℓ당 15엔 정도를 한시적으로 부과하면 연간 5조엔 정도가 확보될 것이라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및 세계 경제에 대한 여파를 물었다. 원전 사태의 수습이 첫째요, 정치권의 대타협이 둘째인데 이 둘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타 가즈마사(64)는 경제기획청에서 15년을 근무한 뒤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일본은행 부총재, 내각부 경제사회통합연구소장 등을 지낸 일본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다. 지난해 10월부터 현직에 취임했다.

도쿄=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