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원전 2호기 전력선 복구 이후는… 전력공급 성공해도 냉각수 펌프 정상가동 불투명
입력 2011-03-18 18:34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 일부 전력선이 복구돼 노심용해(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상태)와 추가 폭발을 막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이 재개된다면 청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도,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외부 전력선이 복구돼도 강진과 쓰나미로 손상된 전원 장치와 냉각수 공급 펌프 등이 정상 가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18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대한 전력선 복구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2호기에 우선 전력을 공급하기로 한 이유는 전원 장치의 훼손 상태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차후 1, 3, 4호기 순으로 송전선 배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일단 전원 공급이 되면 현재 같은 헬기나 특수 소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대량의 해수를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펌프 작동이 가능해진다. 또 중앙 제어실을 통제할 수 있어 원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져 보다 정확한 상황 대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이 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 배설 작업을 끝냈다는 것으로, 실제 전력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추가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각 원자로 건물에 급수에 필요한 전용 분전반이나 릴레이 회선을 수동으로 접속해야 한다. 하지만 케이블을 접속하는 설비 부근은 방사선량이 많아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의도대로 전력이 공급된다 해도 원자로 용기의 내부 압력이 이미 상당히 높아져 일정 부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수증기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전력을 통해 냉각수를 공급하더라도 용기 내부 압력 때문에 밀려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냉각수를 공급하는 파이프가 수소 폭발 등으로 손상돼 압력을 받아 터져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일본 정부도 냉각수를 주입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하나는 원자로 용기 내부 수증기를 미리 뽑아낸 뒤 냉각수를 주입하는 방안이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서서히 물을 넣으면서 장시간에 걸쳐 조금씩 수증기를 빼내는 두 가지 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충분한 냉각수 공급이 계속 지연된다면 원자로 과열과 사용후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 반응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를 투하해 원자로를 통째로 덮어버리는 ‘체르노빌식 봉쇄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도 이날 이 방식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는 “하지만 핵연료봉 냉각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투하하면 굳지 않은 상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와 반응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녹을 때 기체를 생성하지 않고 노심 용해물과 잘 혼합될 수 있는 모래를 먼저 투입해 냉각을 이룬 뒤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