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새 뇌관 터지나… 폐연료봉 6375개 따로 보관한 수조 고장

입력 2011-03-18 21:48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새로운 핵 위험이 제기됐다.

원전 1∼6호기 외에 6400개 가까운 사용후 연료봉을 저장하고 있는 공용 수조가 고장 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1원전에는 1호기 292개, 2호기 587개, 3호기 514개, 4호기 1331개, 5호기 946개, 6호기 876개 등 4546개의 사용후 연료봉이 보관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6375개의 사용후 연료봉이 가로 12m, 세로 29m, 깊이 11m 크기의 별도 공용 수조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공용 수조의 냉각장치가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고장 나는 바람에 수위나 수온의 변화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다만 이곳의 사용후 연료봉은 이미 수년간 냉각돼 왔기 때문에 곧바로 폭발할 위험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도쿄전력은 “이 공용 수조는 지난 10일까지 30도를 유지했지만 이튿날 대지진 이후 고장이 발생했다”면서 “현재 제1원전 3·4호기 부근의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수조에 진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수조에 대한 급수는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냉각 시스템 고장으로 냉각 기능이 완전하게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조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의 양은 1∼6호기의 1.4배에 이르는 대규모이다. 빠른 시일 안에 냉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핵 재앙 사태의 뇌관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 수조는 폐연료봉 냉각 실패로 폭발 사고를 일으킨 4호기에서 서쪽으로 불과 50m 떨어진 곳이어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12일 2호기 폭발사고 이후 1∼3호기의 원자로 냉각 문제에 매달리면서 사용후 연료봉에 신경을 쓰지 못했고, 결국 이것이 현재 심각한 상태를 초래했다.

4∼6호기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지난 15일 4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4호기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연료봉 보관 수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5·6호기 역시 수온이 올라가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원자로에서 발전에 사용한 뒤 나오는 핵폐기물인 사용후 연료봉은 엄청난 열을 내뿜고 있어 30∼40년간 냉각하지 않으면 방사성 물질을 대량 유출하게 된다. 이곳에 보관된 사용후 연료봉의 양이 많아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