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대체 ‘성찰교실’… 문제 학생 생활지도보다 진로·학업상담이 더 많아
입력 2011-03-18 18:23
서울시내 한 중학교의 2학년 A군은 교사들에게 ‘악명 높은’ 학생이었다. A군은 자기 반도 아닌 다른 반에 몰래 들어가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가 꾸중하면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결국 A군은 교사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 ‘성찰교실’로 보내져 전문상담원에게 보름가량 상담을 받았다.
반면 서울의 한 특성화고 2학년생 B양은 지난해 12월 본인이 직접 성찰교실을 찾았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모범학생이었지만 예체능계 대학에 진학해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 상담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전문상담원은 B양에게 대학 연습실을 소개해주고 학교 학생발표회에 참여하도록 도와줬다.
체벌 대안으로 서울시내 중·고교에 마련된 성찰교실이 당초 설립 목적인 문제학생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각종 진로·진학상담 기능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은 주로 수업태도 불량 등 ‘교사와의 갈등’ 문제로, 고등학생은 주로 ‘진로·학업’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성찰교실을 찾고 있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12월 말까지 한 달 반 동안 중학교 90개교 상담 사례 6415건을 분석한 결과 성찰교실을 찾은 학생은 ‘수업태도 불량’이 999건(15.6%)을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진로·학업 고민은 675건(10.5%)으로 2위, 폭력 (10.1%)과 무단결석 및 지각(9%) 등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61곳의 성찰교실 상담 결과 3856건 중 ‘진로·학업 고민 상담’과 ‘무단결석 및 지각’이 각각 552건(14.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태도 불량 470건(12.2%), 용의 복장 434건(11.3%), 성격과 정신건강 문제 329건(8.5%), 흡연 320건(8.3%) 등이 뒤를 이었다.
고교에서는 ‘진로·학업 상담’이 일반고와 전문계고, 특목고 가릴 것 없이 상담비율 1∼2위에 올랐다. 특히 특목고에서는 상담 건수 중 34.8%가 ‘진로와 학업’ 문제였다. 무단결석·지각과 수업태도 불량은 일반고·전문계고에서는 주요 상담 사례로 조사됐지만 특목고는 상담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학생 지도를 위해 만든 성찰교실이 진학 상담을 주로 하는 것은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교육청 측은 “현재는 성찰교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라며 “학교 현장에서는 성찰교실의 전문상담원이 좀 더 무섭고 엄격하게 훈육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