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애타는 도쿄전력 가족들 “피폭 대책없이 직원들 며칠째 사투… 죽일 셈이냐”

입력 2011-03-18 18:35

“아무리 위험해도 발전소를 떠날 수 없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선이 대량으로 누출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도쿄전력 직원 320여명의 다짐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가족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18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가족들은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안전하다”던 회사 측의 말을 굳게 믿었다. 혹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직원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피폭대책도 당연히 세워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원전에서 일주일이 넘도록 방사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직원들의 작업 여건은 참담했다. 여진이 엄습할 때마다 모처럼 수리한 배선 등은 다시 망가졌다. 교대로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피폭과 폭발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과자와 냉동식품, 주먹밥 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식수도 부족하다.

원자로에서 작업 중인 한 직원의 아내는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원전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걱정돼서 회사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밤늦게 겨우 통화가 됐다”며 “남편은 ‘현장을 떠날 수 없어서 당분간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뒤로 남편과의 연락은 두절됐다. 원자로 폭발을 전하는 보도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보며 애를 태운 지 나흘, 남편은 “몸이 나빠졌다”고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방사선에 노출된 상태로 작업하고 있을 남편 걱정에 아내는 눈물이 맺혔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가 차기도 했다. 아내는 “정부와 도쿄전력은 직원들을 죽게 내버려 둘 셈인가. 당장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 화가 치민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한편 자위대원들도 방사선 오염을 무릅쓰고 이틀째 헬기로 냉각수를 살포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한 방위성 간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기에서 지키는 것이 자위대의 임무”라며 “이것은 전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