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헬기 촬영 동영상 공개… 3호기 폭격맞은 것처럼 처참

입력 2011-03-18 18:26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 건물이 사실상 반파(半破)된 것으로 항공 촬영 결과 확인됐다. 4호기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에 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6일 오후 4시쯤 후쿠시마 제1원전 3·4호기 상공에서 촬영한 동영상 3점을 18일 공개했다. 도쿄전력 직원이 냉각수 투하를 위해 출동한 자위대 헬리콥터에 탑승해 찍은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3호기 건물 천장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함몰됐다. 쓰러진 회색 기둥이 거무튀튀한 시멘트 잔해와 뒤엉켜 있었다. 특히 북쪽 천장은 철골이 남아있는 남쪽과 달리 몇미터 정도 움푹 내려앉았다. 5개 층 중 적어도 위쪽 2개 층이 소실됐다. 폭발이 건물 북쪽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3호기 건물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흰색과 연한 갈색이 섞여 있다. 연기는 하늘로 치솟기보다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타올랐다. 도쿄전력은 이 연기가 사용후 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4호기 건물에선 수조에 물이 남아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반짝이는 은색 빛이 영상에 잠깐 나타나는데, 도쿄전력은 사용후 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 표면이 반사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반인은 영상만 보고는 알기 어렵다. 4호기 건물에선 연료봉을 나르는 데 쓰이는 녹색 크레인의 모습도 포착됐다.

연기의 양은 3호기가 4호기에 비해 더 많다. 일본 정부는 영상을 바탕으로 17일부터 3호기에 냉각작업을 집중해 왔다.

4호기 건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지름 8m 구멍 2개 외에도 외벽 여러 곳이 훼손됐다. 남쪽과 북쪽 외벽에 각각 구멍이 뚫려 있어 폭발이 2차례 이상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단지의 전체 모습도 영상에 나타났다. 수소 폭발 때 생긴 흰색 건물 파편이 단지 잔디밭 등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화재를 진압하러 출동한 것으로 보이는 소방차도 보였다. 세 편 영상의 분량은 각각 1분16초, 1분21초, 1분56초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