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데이’… CEO는 최대 실적 약속했지만 개미 목소리는 없었다

입력 2011-03-18 22:18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와 LG전자 등 상장기업 400여곳의 주주총회가 18일 일제히 열렸다. 주주들에게 올해 최대 실적을 약속했고, 재벌가 오너 경영인들은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소액주주들은 각종 안건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신성장 사업 개척·최대 실적 달성 목표=삼성전자 주총에서 최지성 부회장은 “올해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등 쉽지 않은 한 해가 되겠지만 최대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사업부문별 근원적 차별화를 통한 시장 리더십 강화, 5∼10년 후 성장 이끌 미래 동력사업 발굴 및 육성, 리스크 경영 체질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 엔진인 의료기기, 태양전지 등 신사업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정관상의 사업 목적에 에너지 진단 및 절약 등 에너지 관련 사업과 환경오염 방지 시설업 등 환경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주주총회 의장인 정도현 부사장은 “이동 단말 사업부문이 지난해 4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부문의 경영도 순탄해 올해 경영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통 ‘빅3’도 나란히 기업분할과 신사업 추진 등 안건을 처리했다. 롯데쇼핑은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 대한통운 인수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조달 차원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부문과 할인점 이마트를 별개 회사로 분할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현대백화점은 공연기획업과 공연시설 운영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오너 체제 본격 출범=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가 된 데 이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부회장은 LG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영 실적을 내자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그동안 대표이사직을 지켰던 남용 부회장은 이날 정식 퇴임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대표이사 및 상근 이사로 등재됐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겸임하는 이 사장은 이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보다 먼저 등기이사가 됐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 경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하는 자리다.

◇“애플의 삼성 폄하 발언 반박하라”=삼성전자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스티브 잡스가 갤럭시탭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삼성전자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최 부회장의 반박 발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애플은 지난해 기준 우리 제1의 고객사이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제1거래선을 언급하는 것은 주주 여러분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언급을 피했다.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태광산업 주총에서 주당 4만2000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1750원 배당안을 통과시켰다. 삼성SDS 주총은 비상장사이지만 주주자격으로 경제개혁연대가 참석해 관심을 받았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삼성SDS가 삼성특검 재판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받았던 자금에 대해 추궁하며 1시간여 회사 측과 공방을 벌였다.

맹경환 문수정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