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의약품 SOS”… 지진 피해지역 병원마다 한계상황

입력 2011-03-18 18:19

‘2차 재앙’에 고통받는 이재민들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병원 건물이 파손되고 의료설비와 의약품들이 떠내려가면서 환자들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방사선 유출에 불안을 느낀 후쿠시마(福島) 주민 1만5000여명은 피난길에 올랐다.

◇환자 8명 사망=대지진의 주요 피해지 가운데 한 곳인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 8명이 숨졌다고 18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70∼90대 환자로, 정전으로 가래흡입장치 가동이 멈추면서 폐렴 등이 악화돼 숨졌다. 이 병원에 입원한 약 140명의 환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정기적으로 가래흡입장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전 후 전동 흡입장치가 중단되는 바람에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NHK는 이날 “후쿠시마현 소마시 오마치병원에서 의약품 부족으로 적어도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은 노인 환자가 대부분으로 현재 18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방사선 유출로 실내 대피령이 내려진 15일부터 이 병원에는 의약품 지원이 뚝 끊겼다.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정맥 주사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간경변 환자가 탈수증상을 보이며 17일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2명이 숨졌다.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항만병원 관계자 마야마 후미히로씨는 “암 같은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추위 속에 물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에 도착하더라도 당장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전기와 식수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늦추위가 몰아닥쳐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다.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 교육위원회의 야마구치 기요타 부위원장은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강진과 쓰나미 때문에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후나토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니누마 야스코(73)씨는 “지진 이후 집이 엉망이 됐고, 지진이 또 올까봐 두렵다”며 “너무 겁이 나서 집에 갈 수 없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주민 1만5000명 피난=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1만5000명이 현의 경계를 넘어 다른 곳으로 피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컸던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지역의 대피소에는 현재 41만명의 이재민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나빠지면 이들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간사이(關西)공항과 오사카(大阪)역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두세 개씩 끌고 온 피난민으로 하루 종일 붐볐다. 17일 오사카에 도착한 가미야마 유미코(32)씨는 “방사선 확산 공포로 도쿄에 머물러 있기가 불안해 어렵게 표를 구해 오사카에 왔다”며 “당분간 오사카 시내 친구집에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도쿄에 살고 있던 한국 주재원 가족도 ‘오사카행 엑소더스’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두 아이와 함께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대피한 오미영(35)씨는 “오사카 시내 호텔에 방이 없어 허름한 곳에 겨우 방을 구했다”며 “남편은 직장 때문에 혼자 도쿄에 남아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