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군사작전 중단…카다피, 국제사회 군사작전 겁먹었나
입력 2011-03-19 01:0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결의하면서 사실상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정부의 제공권(制空權)이 박탈됐다. 결의안 채택은 성공적이었다. 리비아는 안보리 결의 뒤 불과 15시간 만에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리비아 사태가 협상국면을 맞았다.
어떤 조치인가= 유엔은 “이번 결의에서 안보리가 무력 사용을 규정하는 헌장 7장을 인용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는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상공에서의 모든 비행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유엔이 이 구역 감시를 위한 군대를 지정해 불법으로 침범한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리비아의 탱크, 대공포 부대가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감시활동에 공격행위를 가할 경우 이에 대한 공습도 가능하다. 또 리비아의 지상 레이더 기지와 방공망이 감시활동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이 시설도 공격할 수 있다.
결의 실효성 있나=결의 채택 후 프랑스·노르웨이가 즉각적 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하고 미국도 첨단 무기를 활용한 긴급사태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유엔 결의 이후 리비아가 모든 작전을 중단하기로 해 실제 군사개입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프랑스와 영국은 카다피 정권의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 발표에도 거듭해서 압박을 가했다. 프랑스 외무부의 베르나르 발레로 대변인은 “우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카다피)가 두려워하기 시작했으나 현지에서 (반군과 민간인에 대한)위협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유엔 관계자는 “카다피 정권이 당장 작전을 중단한다고 해서 모든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내전이 장기화될 수 있고 어느 시점에선 유엔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다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 왜 급물살 탔나=리비아 내전 발발 직후부터 지난 2주일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지난 15일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지난 16일 입장을 바꾸면서 안보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리비아 내전 초기만 해도 미국은 카다피가 실권할 것이라는 판단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카다피군이 전세를 장악하고 반정부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마저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미국은 결정을 더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더 늦어질 경우 민간인 희생이 크게 늘 뿐 아니라 반군도 궤멸되고, 중동 다른 지역 민주화 운동마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건 신속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촉구한 아랍연맹(AL)의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