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原電 유언비어가 빚은 황당한 소동
입력 2011-03-18 17:52
일본 대지진 발생 8일째를 맞은 18일 구조대원들이 생존자 구조 및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피난 과정에서 사망자가 속출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물자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데 따른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의료 지원 부족이 맞물려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 여파로 도쿄 등 수도권에서 생필품과 기름 사재기가 벌어져 일본인들이 동요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악의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의 불안감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에 따른 공포와 흉흉한 민심 등으로 평정심을 일순간 잃을 수도 있다.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변 국가에서 빚어지는 사재기 현상은 좀 지나치다. 원전 방사성 물질 피해 우려로 중국과 홍콩에선 소금 사재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에서조차 요오드화칼륨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수, 미역, 다시마 등의 판매가 급증해 사재기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정도가 심한 건 아니라 하더라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유언비어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악성 루머가 공포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어제도 “방사능에는 염산, 청산가리 등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약품들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런 게 섞여 우리나라에 비로 내린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라는 괴담들이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소금이나 미역, 다시마 등을 구입하는 것도 여기에 요오드가 많이 함유돼 있어 방사선 피폭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비과학적인 소문 탓이다.
이런 루머 확산이나 사재기는 사회불안 요인이 된다. 유언비어에 현혹되면 이성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없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고 헛소문에 우왕좌왕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큰 사고나 사건에 처했을 때 중요한 건 심리적 안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도 국민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신뢰감을 줘야 한다. 일본 원전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