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바레인
입력 2011-03-18 17:49
바레인은 걸프해역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큰 665㎢, 인구는 약 73만명이다. 세계 지도에 점 하나로 표시되는 이 나라에 요즘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튀니지·이집트에서 불어온 중동 민주화 바람을 타고 바레인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를 진압하러 군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바레인 국왕은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까지 동원해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란이 “사우디의 파병은 명백한 외세침입”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바레인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의 국제적 대리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군사력은 세계 8위, 사우디는 23위로 평가된다.
두 나라의 반목에는 이슬람의 시아파와 수니파 갈등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의 70%가 시아파다. 그런데 지배층은 소수인 수니파다. 수니파가 무려 200년 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사우디에서도 소수인 시아파가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바레인의 수니파 왕정이 무너지면 사우디의 수니파 왕정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인구의 90%가 시아파인 이란은 “바레인이 과거 이란의 14번째 주(州)였다”며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친미(親美)국가인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바레인 국민들만 몸살을 앓고 있다. 기껏해야 돌멩이 던지며 시위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탱크와 공포탄을 동원한 진압에 사상자가 속출했다.
반정부 시위는 시아파가 주축이 되긴 했지만 수니파 젊은이들도 다수 참여했다. 애초에 종파 갈등이라기보다는 왕정에 분노한 민주화시위였다. 정부의 경제 실정을 규탄하며 국왕의 퇴진과 총리의 사임, 그리고 개헌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민주화 시위보다는 종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바레인 국왕과 사우디, 그리고 이란은 바레인에서 폭력사태를 자제하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