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새벽 첫 주연 ‘위험한 상견례’… 알콩달콩 영·호남 사랑 지역감정 파고 뛰어넘기
입력 2011-03-18 17:20
변태 사또(‘방자전’), 어리숙한 형사(‘해결사’), 짝사랑에 빠진 어리숙한 남자(‘시라노 연애조작단’)…. 송새벽(32)이 연기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캐릭터다.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에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순수한 청년 역할을 맡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라도 억양이 진하게 배어나는 투박한 남자이기는 하다.
1989년, 펜팔로 만난 전라도 청년 현준(송새벽)과 경상도 처녀 다홍(이시영)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중이다. 그러던 중 나이 찬 처녀 다홍의 부모는 딸에게 선을 보라고 강요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현준은 다홍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들인, 여자의 가족들은 무섭다.
전라도라는 태생적 낙인을 어찌할 것인가. 코미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지역감정이라는 케케묵은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코미디스러운’ 현실이다. 80년대라는 시대는 현준의 ‘오버’를 납득하게 하는 배경이다. 그는 서울말 과외까지 받아가며 출신을 숨긴다. 그럼에도 현준을 만난 신부 가족들(아버지, 어머니, 오빠, 고모)은 까닭 없이 예비사위를 경계한다. 현준과, 그를 호시탐탐 관찰하는 예비처가(妻家)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드라마가 솟아난다.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사랑에는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메시지다. 가족 코미디에 지역감정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섞은 시도는 얼핏 과욕으로 보이지만 뜻밖에도 성공적이다. 다소 과장되긴 했으나 현실적인 에피소드들 덕분이다. 수없는 발음·억양 교정 노력은 물론이고 청각 장애인 노릇까지 해가며 사랑을 쟁취하려는 청년의 노력, 알고 보니 출신을 속이고 결혼했던 어머니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우스움과 씁쓸함이 어우러지며 적당한 감동까지 한데 버무려졌다. 송새벽이 “핸드폰이 없는 시대의 사랑”이라고 말한 바 있듯, 결혼의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사랑을 우선시하는 옛날 남녀들의 순수함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백윤식 김수미 김정난 등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는 재미의 한 축을 이룬다. 이시영도 ‘부산 여자’하면 떠오르는 세간의 이미지(애교, 사투리, 걸걸한 말투 등)를 충실히 구현한 캐릭터를 맡아 무난히 연기했다. 그는 영화 홍보 기간 중 아마추어 복싱대회에 출전해 우승,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청담보살’, ‘아기와 나’ 등을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 작품.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