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통한 회개 말하는 센다이교회 요시다 목사 “일본은 지금 하나님의 특별한 연단을 받고 있다”
입력 2011-03-17 19:07
“하나님의 뜻을 우리로서는 잘 모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의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하나님을 우리가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고통 받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할 일입니다.”
120여 교회가 속한 일본 개혁파 그리스도교회 총회장인 센다이교회 요시다 다카시(50·사진) 목사가 대지진 발생 직후 교단 신문에 발표한 총회장 서신의 내용이다. 요시다 목사를 만나기 위해 16일 오후 센다이 아라마치 지역에 위치한 교회를 찾았다.
일본 전통식 목조가옥 형태를 띤 건물을 안내하며 요시다 목사는 한 다다미방 안에 가득 쌓인 옥수수 토마토 통조림, 빵 등 식료품과 휴지, 기저귀 등을 보여 줬다. 협력 관계에 있는 미국 장로교회에서 보내준 구호품이었다. 요시다 목사는 “어제 도착했지만 배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휘발유가 없어 성도들이 가지러 오지도 못하고, 교회에서 가져다 줄 형편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 얼마만큼씩 나눠줘야 할지도 가늠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일본의 위기는 심각하다”고 말한 요시다 목사는 특히 방사능 위험에 대해 “어린아이들과 노인은 (원전에서 먼 지역으로) 한시바삐 대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피해가 이처럼 커진 데 대해 한국 언론에서는 별의별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최대한 안전하게 지은 것인데 지진이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믿었다.
센다이 거리를 둘러보면 일본인들은 예의 침착한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어린아이도, 휴대전화로 수다를 떨면서 걸어가는 젊은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시다 목사는 “다 탈출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마가타 니가타 등 서쪽 지역으로 가고자 해도 한정 운행되는 버스에 타기 어렵고, 삶의 터전을 함부로 떠날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시다 목사는 쓰나미 피해 주민들의 상황은 비참할 정도이며, 센다이로부터 동북쪽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들은 피해 상황을 집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단 총회의 긴급대책위원회가 교회들을 통해 피해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센다이 지역의 가톨릭 포함 초교파 교회 모임인 ‘센다이그리스도교연합’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 연합을 통해서도 해안 쪽 작은 교회와 주변 주민을 돕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밝혔다.
함께 만난 국제 구호 NGO ‘해피나우’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일본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일본 교회와의 협력 의사를 타진하자 그는 “이쪽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겠다”며 반가워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 이 같은 지진과 쓰나미가 온 이유에 대한 기독교인으로서의 관점을 물었다. 그는 이치하라 도지사가 “일본이 천벌 받은 것”이라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저도 그 말에 반쯤은 동의한다”고 고백했다. “뭐든지 욕망대로 살고자 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님의 뜻은 우리와 같은 죄인을 구원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여러분은 우리 일본인이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센다이=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