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현대차·NHN “철수”-삼성·LG “잔류”

입력 2011-03-17 21:37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주재원 철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NHN, 신세계 등은 주재원과 가족들을 모두 귀국시켰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일본과의 신뢰관계 등을 고려해 철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주재원 가족들은 상당수 철수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들을 전원 철수시켰다. 현대차 주재원과 가족 등은 이날 모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주재원 3명도 이날 오후 도쿄에서 떠났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신증권 등도 일본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을 전원 귀국하도록 했다. KT는 주재원 일부는 철수시키고 일부는 안전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NHN은 NHN재팬에 근무하는 한국 직원 100여명 중 희망자들은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귀국하도록 했다. 17일 현재 파견자, 출장자, 가족 등 86명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NHN은 지진 경험과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보고 귀국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게임업체 넥슨도 도쿄 주재원들에게 휴가를 내고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휴가 기간은 1주일이지만 원전 피해가 커지면 휴가 기간은 더 연장될 수 있다.

롯데그룹과 하이닉스, 산업은행, 한국관광공사, 무역협회 등은 주재원 귀국 조치를 검토하면서 동반 가족을 먼저 귀국시켰다.

근무지를 위험지역으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옮긴 기업도 있다. CJ그룹은 도쿄의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자 오사카로 근무지를 옮겼다. 주재원 15명과 현지 채용된 직원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주재원 가족 30명은 모두 일본을 떠났다. 한화그룹은 도쿄에서 나가사키로, 두산그룹은 오사카로, 네이버와 한게임은 후쿠오카로 사무실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들이 주재원 철수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일본의 신뢰를 잃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섣불리 직원들을 철수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지진의 직접 피해를 입은 센다이 지역의 파견인력 2명을 포함해 가족 15명을 도쿄로 보낸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LG그룹도 당장 주재원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태를 지켜보며 추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SK그룹도 아직 주재원 철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GS그룹의 도쿄 및 오사카 지사 직원들은 모두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 GS그룹은 도쿄의 상황이 나빠지면 직원들을 오사카로 옮길 계획이다. 포스코는 도쿄, 나고야, 규슈, 요코하마, 오사카 등에서 주재원 46명이 정상 근무하고 있다.

철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부 기업의 주재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서둘러 귀국 지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