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원전 폭발땐 美 서부까지 방사성 낙진 뒤덮여”
입력 2011-03-17 21:55
전문가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최악의 경우 체르노빌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 앙드레 클로드 라코스트는 16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명백한 6등급”이라며 “재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일본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때와 같이 최악의 단계인 7등급까지 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료봉 핵분열 연쇄반응 시 제2의 체르노빌 참사=후쿠시마 원전의 연료봉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경우 일본은 물론 태평양과 미국 서부 지역까지 방사성 물질로 뒤덮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로 손꼽히는 체르노빌 참사에 비견된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이내는 ‘데스 존(Death Zone·죽음의 지역)’으로 황폐해지고 인근 지역도 방사능 누출 후유증이 예상된다. 방사능에 오래 노출되면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비롯해 백혈병, 백내장, 만성빈혈, 유전적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방사능에 노출된 벨라루스 국민 130만명은 사고 발생 25년째인 지금도 호흡기 질환과 면역결핍 등을 호소하고 있다. 한쪽 팔이 없거나 뇌가 두개골 밖으로 빠져나온 기형아가 나오는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방사능은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 등 생태계를 교란시키게 된다. 사고 이후 체르노빌 인근에서는 몸 하나에 머리 셋이 붙어 있는 개구리와 기형의 물고기가 발견됐다. 독일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멧돼지가 크게 늘자 이를 포획하는 사냥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구로시오 난류가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를 흐르고 있어 해양 오염도 우려된다.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과 장창익 교수는 “고등어와 오징어, 방어, 갈치, 참조기 등 일본과 우리나라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은 방사능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 어선들이 방사성 물질 오염이 우려되는 태평양 등으로 조업을 나간다면 간접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누출된 세슘(Cs)137, 30년 지나도 방사능 내뿜어=후쿠시마 원전 외벽이 손상되면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다량 방출됐다. 세슘137이 내뿜는 방사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는 하지만 방사능 방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30년이나 걸린다.
정지상태에서는 지면에 떨어지지만, 바람이 불면 멀리 날아가게 된다. 결국 노면과 바깥에 널어놓은 세탁물, 피부에도 달라붙는다. 코 점막 등에 부착되면 장기간 방사능을 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에 실내 대피 지시를 내린 것은 옥외에 장시간 머물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체르노빌 참사 이후 우크라이나는 6년간 원전 주변 시설 표면을 닦고, 땅을 매립하는 등 방사성 물질 제거작업을 벌였으나 여전히 체르노빌시는 인적이 없는 유령도시로 남아 있다.황일송 기자,
부산·울산=윤봉학 조원일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