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용산 등 전자상가도 충격… “日 카메라 수입 끊겨 매출 타격” 울상

입력 2011-03-17 18:50


동일본 대지진으로 용산과 남대문 일대 전자상가에도 불똥이 튀었다. 캐논, 니콘, 파나소닉코리아 등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센다이 인근에 있는 공장 문을 닫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17일 용산 아이파크몰 디지털전문점. 이곳 3∼4층에는 40여개 카메라 판매 업체가 있는데 대부분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디지털파크’ 백동현(30)씨는 “캐논과 니콘 대리점에서 3개월가량 물건이 안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장은 재고 물량이 있어 문제가 없겠지만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보따리 장사들도 제품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앞으로 카메라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틀즈’를 운영하는 김현호(29)씨는 “카메라 구입 고객의 70% 이상이 캐논과 니콘 제품을 찾는 상황에서 물량 확보가 안 되면 매출이 뚝 떨어질 것”이라며 “3∼4월이 비수기인데 그나마 성수기 때 문제가 터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진 발생 전보다 일본산 카메라 가격은 5∼7만원 정도 오른 상태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보름에서 한 달간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비축해놓는다. ‘좋은 친구들’을 운영하는 이현석(32)씨는 “물량 확보가 안 될 상황에 대비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손님이 줄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카메라 매장을 둘러보던 김홍균(34)씨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가격보다 비싸 조금 기다렸다 사려고 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하니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현재 니콘은 센다이와 도치기현에 있는 SLR 카메라 및 렌즈 제조 공장 두 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캐논은 일본 북부에 위치한 8개 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파나소닉도 센다이와 후쿠시마, 산요 군마 공장 문을 닫았다.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력 공급과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 문제 때문에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개 시점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1∼2개월 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당장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송 지연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후지필름은 최근 홈페이지에 ‘X100’ 예약판매 상품의 배송이 지연됐다는 공지를 띄웠다. 한국후지필름 측은 “일본 센다이에 위치한 파인픽스 디지털카메라 및 자재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돼 X100을 비롯한 디지털카메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예상치 못한 재난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과 30일로 예정됐던 배송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글·사진=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