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가나즈 교수, 한국인들 위로에 감사

입력 2011-03-17 19:19


한국에서 7년째 일본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가나즈 히데미(42·여)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17일 “한·일 간 어두운 과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진심으로 일본을 위로하고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가나즈 교수의 고향은 지진 피해가 거의 없는 나고야 인근의 미에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시부모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크게 입은 미야기현에 거주하고 있다. 몇몇 친구와 시댁 친척은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가나즈 교수의 휴대전화는 수차례 울렸다. 친구와 친척들의 안부를 묻는 한국 내 지인들의 전화였다.

가나즈 교수는 “일본에선 많은 분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면서 “빨리 복구돼 상처받은 주민들이 어서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힘없이 말했다.

가나즈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언급하며 일본인의 기억 속에 잠재된 ‘핵 공포’를 걱정했다. 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딛고 일어섰다고 하지만 아직도 원폭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서 “원전 폭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일본 사회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걱정했다. 가나즈 교수는 “일본 정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은 가나즈 교수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아무런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 현실을 뛰어넘어 따스한 사랑을 보여주셨다”면서 “일본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일관계가 이런 노력을 통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국제사회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일본인의 냉정한 대처에 대해 그는 “교육의 결과”라고 표현했다. 가나즈 교수는 “상대방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일은 하지 말라는 교육이 일본인에게 체화돼 있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진 방재훈련을 실시한 것도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는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이지만 혹시라도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나기 때문에 한국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