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고리·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문제없나… “고리 1호, 부품 모두 바꿔 괜찮다”

입력 2011-03-17 18:39


일본 원전 폭발사고로 국내 노후 원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경우 1971년 3월 가동을 시작해 지난달로 설계수명 40년을 다 채우고 10년간 연장 가동 중이었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연한을 넘긴 원전은 부산 기장에 위치한 고리 원전 1호기가 유일하다. 78년 상업가동을 시작해 설계수명 30년을 다 채운 뒤 2008년 1월부터 10년간 연장 가동 중이다.

고리 원전 1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1호기는 내년 11월 설계수명이 끝난다. 월성원자력본부는 10년 운전 연장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이르면 올 하반기쯤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 및 원자력 관련 기관에서는 고리 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은 지난 16일 “설계수명이 지났더라도 안전기준에 따라 가동 중이고 사람으로 치면 장기와 혈관까지 모두 교체했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경우 수소가 농축돼 폭발했지만 고리 원전 1호기는 별도의 전원공급 장치가 없어도 수소를 제어할 수 있는 최신 설비가 추가로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노후 원전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지난 14일부터 고리 원전 1호기 발전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가동 연장이라는 게 30년 넘은 중고 자동차를 계속 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가 위치한 경북 경주 양남면 주민들로 구성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반대추진위’도 “한국이 일본처럼 강진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명연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정부가 사용연한을 넘긴 원전의 계속 운전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원자로를 폐로하지 않고 가동 연장할 경우 비용은 새로 원전을 건설하는 데 드는 2조∼3조원에 비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도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에 대해 가동 연장을 승인해주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로 폐로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점, 새 원전을 건설할 때 맞닥뜨려야 하는 주민 반발 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가동 연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