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폐연료봉, 우리는… 핵 분열 막는 붕산 넣어 수조에 보관
입력 2011-03-17 21:35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의 관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폐연료봉이 대기에 노출될 경우 핵반응을 일으켜 막대한 피폭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따르면 총 2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폐연료봉 관리 방식은 습식(濕式)이 대부분이다. 원전 내 깊이 14m짜리 수조(水槽)에 핵분열을 막는 붕산과 함께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폐연료봉은 이 같은 저장방식을 통해 통상 5∼7년 정도 냉각과정을 거쳐 열을 식히게 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 과정을 거친 폐연료봉은 수명이 다 된 뒤에도 우라늄238(95%)과 플루토늄239(1%) 등 강력한 방사성 물질과 높은 온도의 잔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습식 저장이 끝난 뒤에는 원전 내 지상건물에 야적(野積)하는 건식저장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폐연료봉의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월성 원전에서는 습식을 거친 폐연료봉이 건식방식으로 관리 중이다.
우리나라처럼 원전시설 내부에 습·건식으로 저장하는 방식(임시 저장시설)은 용지 확보가 용이하고 수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전수명이 다 된 뒤에는 임시 저장시설만 별도로 운영하거나 중간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 수송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 따르면 고리·월성·영광·울진 등 4곳의 원전에는 현재 보관 공간이 80% 정도 차 있는 상태로 2016년쯤에는 폐연료봉 저장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태 책임연구원은 “임시 저장방식 외에 발전소 외부에 독립적인 저장시설을 갖추거나 지하 300m 이상의 심지층에 영구 처분하는 방식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관련법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재처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폐연료봉에 남아 있는 우라늄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재활용 방식)이 대표적이며 현재 연구 단계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재처리 시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등 통제가 있어 당장 이 방식을 채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