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전력 공급되면 희망적… 방사능 피해 각오해야”
입력 2011-03-17 18:39
전문가들이 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17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에 대해 모든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란 게 공통된 견해다. 이번 사태 이후 원전체제의 안전성에 대한 세심한 재검토가 이뤄져야겠지만 당장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악화되는 국면은 아닌 듯”=17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새 전력선을 설치해 오후부터 원전에 전력이 부분적으로 공급됐다. 자위대 헬기는 원전에 냉각수를 살포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이에 대해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김무환 교수는 “전력이 공급되면 펌프로 물을 공급할 수 있으니 매우 희망적”이라며 “잔열도 식어가고 헬기 동원 등 여러 방법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으므로 최악의 상황으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도 “전기가 들어와야 냉각시스템이 복구된다”며 “원자로나 수조에 냉각수가 공급되느냐에 따라 사태의 악화와 완화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최희동 교수는 “현재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오늘내일 중으로 안정된 상태로 갈 수 있을지가 최종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면서 “하지만 조만간 안정되더라도 방사능 누출은 어쩔 수 없다”고 내다봤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김명현 교수도 “이 상태로만 가면 1∼2일 후에 완화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당국의 사태 대응은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송종순 교수는 “전기 복구가 매우 중요했는데 일주일 가까이 안 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순흥 교수도 “처음부터 전력복구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엔 영향 없을 것”=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에 상륙해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김진원 교수는 “체르노빌처럼 7등급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로선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환 교수도 “(방사성 물질을 싣고 오는) 바람이나 해류는 방향과 거리를 봤을 때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최희동 교수는 “사고 원전에서 일하거나 주변에 살던 사람이 입국하는 경우 방사성 물질을 약간 묻혀 올 수 있지만 그건 입국 시 검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전, 위험하지만 안고 가야”=이번 사고 때문에 “원전은 위험하니까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은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희대 박광현 교수는 “원전은 지금과 같은 문제점도 있지만 단위부피당 발생열량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10만배 이상 크기 때문에 우리가 놓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명현 교수도 “현재가 최소한의 원전만 지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줄인다면 전력 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며 “대안이 없기에 위험하지만 안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희동 교수는 “전기를 쓰면서, 싼 전기를 원하면서 원전을 전적으로 안하겠다고 한다면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원전 의존도가 40%를 넘는데 석유 수입이나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원전체제가 더 안전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이재기 교수는 “사태 수습이 끝난 뒤 사고 원인과 수습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환경 위험성에 대한 재평가와 비상전력과 용수확보 문제 등 원전체제의 새로운 구상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대 김은희 교수는 “지진피해만 고려하고 해일의 영향을 고려하지 못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쓰나미 대응도 매뉴얼에 추가하는 등 현재의 재해 대비 시나리오를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양민경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