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전세계 핵 공포 확산… 원전 수출 ‘빨간불’

입력 2011-03-17 21:50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발전시설의 잇단 폭발로 핵 공포가 확산되면서 우리 원전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곳곳에서 원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탓에 수출 목표 달성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높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원전 강행 의사를 보였던 중국이 17일 신규 원전 건설계획 승인을 보류하는 등 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내구도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 국가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떠오르는 신흥 원전 시장인 중동의 원전 붐이 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로선 부담이 커졌다.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월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2020년까지 10기 수출’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경부와 한전은 이날까지도 기존 원전 수출 전략을 수정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공식적인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에서 원전 관련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과 관련된 손익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로선 원전 사태가 빨리 해결돼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할 방법이 원전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가 진정된 뒤 원전 건설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유와 무연탄으로 1㎾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각각 184.59원, 101.08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 비용은 34.47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석유나 석탄 발전을 늘리면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역행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시점에선 경제성이 없다.

세계 원전 5강인 미국과 프랑스 등이 원전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원전 시장의 급격한 축소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원자력 산업에 360억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년 예산안을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는 원자력을 선택했다. 나는 이 선택을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원자력을 제외하고 세계 에너지 균형을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는 일본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