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日 현장 취재 기자 종군기자 기준 적용

입력 2011-03-17 18:34

일본 대지진 현장을 취재하는 미국 기자들이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의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강력한 여진과 방사능 피폭 가능성 등 그만큼 현장의 기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지진 현장에 있는 미국 유력 언론사 취재진들은 이번 주 초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말 것”이라는 특별 지침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취재 요령에 준해서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 쓰라는 주문인 것이다.

미 NBC방송 본사는 지난 14일 밤 지진 현장의 취재기자들과 긴급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을 가졌다. 취재진 안전을 어떻게 하면 확보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NBC와 CBS, ABC, CNN, 폭스뉴스 등 5개 방송사들은 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공조체제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각 방송사들이 종군기자 안전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정보 공유체제를 구축했던 사례를 적용한 것이다.

NBC는 일본 현지에서 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문제 전문가들을 고용해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취재 및 안전 관련 조언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속과 풍향까지 점검해가며 기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여지가 없도록 ‘접근 지침’을 주고 있다.

이를 받아들여 NBC는 ‘취재본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50㎞ 밖에 위치할 것’ ‘현장 기자는 20㎞ 이내로 들어가지 말 것’ 등의 지침을 내렸다.

재난 전문기자로 유명한 CNN방송의 앤더스 쿠퍼 기자도 2시간짜리 생방송을 진행하다 피폭 우려에 1시간 만에 중단하고, 160㎞ 떨어진 아키타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현장 기자들에게 각종 장비들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고, 피해야 할 음식물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 취재 기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지침을 일본 현장 기자들에게 전달했고, 불필요한 위험에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