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름없는 작은 영웅들 “내 행동에 日 미래가…” 유서 남기고 현장으로

입력 2011-03-17 23:34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수를 위해 ‘작은 영웅’들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자원자들이 지난 15일부터 한두 명씩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20명에 육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이들로 ‘특별지원팀’을 구성했다. 죽음을 각오한 ‘사무라이’들이다.

외인부대인 만큼 출신지와 직업, 나이도 완전히 다르다.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원자로 제작사인 히타치사의 일부 직원들은 유서까지 쓰고 원전 현장으로 향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이 같은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퍼 나르며 이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했던 도호쿠엔터프라이즈사 직원 3명도 원전으로 향했다. 도호쿠엔터프라이즈의 유키데루 사장은 “베테랑 직원 3명이 가족의 만류에도 가족, 지역,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원전 현장으로 갔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지방원전회사에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시마네(島根)현의 59세 남성이 후쿠시마 원전 냉각작업을 가장 먼저 자원했다고 16일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 남성은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사명감을 갖고 후쿠시마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본인은 지지통신에 익명을 요청했다. 안락한 노후를 포기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본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 기사에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부디 몸만은 조심해 주세요.” “그대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등 응원글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12일에는 1호기 당직 팀장이 원자로 붕괴를 막기 위해 격납용기 뚜껑을 개방하는 작업을 하다가 100밀리시버트(m㏜)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팀장의 용기 덕분에 1호기 격납용기는 손상을 피했지만 그는 피폭 영향으로 인해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4일 3호기 수소폭발 당시 부상해 입원했던 자위대원도 17일 다시 후쿠시마 원전으로 달려갔다. 후쿠시마 원전 직원 800여명 중 지원자가 늘면서 당초 50명이던 최후의 사수대는 324명(전기공사 관계자 20명 포함)으로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자칫 죽을 수도 있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일본 인터넷에선 이들에 대한 칭찬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근무한다는 시바 하루카라씨는 지난 13일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믹시’에 “도망가서 가족을 만나고 싶었지만 충동을 누르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탓하지만 말라”는 첫 일기를 올렸다. 그는 지진 발생 당일인 11일 원전 1층에 있었다고 한다.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내용도 일기에 담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자고 있는 그때도 그들(도쿄전력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도쿄전력 간부에게는 “책임을 지고 자살 따윈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본 네티즌의 의견은 엇갈렸다. “열심히 작업 중인 직원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석 신은정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