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현대판 사무라이’ 324인… 1억2700만 생명위해 사투
입력 2011-03-17 22:01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 17일 ‘물 폭탄’이 투하됐다. 그러나 방사능 수치를 낮추는 데는 실패했다. 최후의 수단인 ‘콘크리트 매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헬기 이용 냉각수 투하=일본 자위대 소속 CH-47 치누크 헬리콥터가 원전 상공에 나타난 시각은 오전 9시48분. 바닷물 7.5t을 담은 주머니를 달고서다. 90m 상공의 방사능 수치는 87.7밀리시버트(m㏜)였다. 일반인 방사능 연간 노출한도는 1.0m㏜다.
헬기는 격납용기가 파손된 3호기 바로 위에서 바닷물을 뿌렸다. 수증기로 추정되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4분 뒤 다른 헬기가 조금 더 높은 상공에서 3호기에 물을 쏟았다. 바닷물은 하얀 긴 띠를 만들며 3호기에 떨어졌다. 다시 2분 뒤인 9시54분 4호기에도 물이 뿌려졌다. 오전 10시쯤 3호기에 다시 물을 뿌리는 것을 끝으로 네 차례 냉각수 투하 작업은 마무리됐다.
3호기에는 수소 폭발과 화재로 콘크리트 외벽 지붕에 구멍이 나 있다. 이곳으로 물을 투입해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판단에 냉각수 투하가 집중됐다.
작업에는 센다이시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헬기 4대가 동원됐다. 2대는 교대로 바닷물 투하 작업을 진행했고, 1대는 상황 지휘, 나머지 1대는 상공에서 방사선량 모니터링 작업을 맡았다. 탑승한 승무원 19명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옷깃에 부착한 방사선량 측정기를 응시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고열 상태의 수조에 갑자기 다량의 물이 들어갈 경우 수조 내 물이 끓으면서 오히려 연료를 파괴할 수 있어 16일에도 하루 보류했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헬기를 동원한 냉각수 살포를 강행했다.
효과는 크지 않았다. 도쿄전력 측의 측정 결과 오전 9시40분 3.782mSv였던 원전 부지 내 방사능 수치는 냉각수 투하 직후인 오전 10시20분엔 3.752mSv로 큰 변화가 없었다.
오후 7시35분부터 8시9분까지 34분동안 자위대가 지상에서 특수 소방차 5대를 동원해 4호기 수조에 냉각수 30t을 주입했다. 경시청 제1기동대의 고압방수차(물대포)도 동원됐다.
◇원전에 현장 직원 추가 투입=도쿄전력은 제1원전에서 304명이 작업 중이고, 오늘 전원 복구를 위해서 전기공사 관계자 20명이 자원하면서 324명이 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이 1억2700만 일본 국민을 위해 사투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헬기 인력, 소방차 인력 등 모두 593명이 현장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은 지난 15일 직원 800여명 중 필수인력 50명만 남겨두고 모두 철수시켰다. 이들은 원전 현장에서 원자로 냉각을 위해 소방차의 펌프를 취수구에 연결하거나 원자로 내 온도와 수위를 점검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다. 16일 4호기의 방사능 순간 방출량이 400m㏜에 달했다. 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37분 만에 1년간 피폭허용량을 초과하는 방사선에 노출됐다. 산케이신문은 “위험한 현장에서 직원들이 필사의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헬기로 바닷물을 퍼붓고 물대포를 쏴도 방사능이 계속 유출될 경우 원자로에 붕산을 뿌린 뒤 콘크리트로 덮거나 증기 배관을 뚫어 수증기를 빼낸 후 해수를 주입하는 방법만 남는다. 둘 다 모두 작업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극단적인 방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