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만 방사능 측정 ‘구멍’… 강제할 법적 근거 없어 희망자 한해 검사
입력 2011-03-17 21:28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가운데 부산과 제주의 공항 및 부두에 방사능 검사 장비가 전무해 방사능 오염 확인에 구멍이 뚫렸다. 17일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하루 10편 이상의 항공기가 들어오고 있고, 나리타 하네다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 일본 5개 노선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1700명 이상이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원전 폭발 지역 인근의 한국인이나 교민들은 센다이 공항이 폐쇄되면서 도쿄와 오사카 등지로 이동해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기 때문에 승객은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해공항에는 장비 및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방사능 측정기가 설치되지 않아 일본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의 방사능 오염 여부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보안검색원 김모(35)씨는 “일본에서 들어오는 승객들에 대한 방사능 오염 검사가 진행되지 못해 승객들이 상당히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항공청과 공항공사 부산본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방사능 측정 장비를 요청했으나 이날 일본에서 귀국하는 승객들의 방사능 오염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하루 평균 300여명의 일본인이 입국하는 제주공항에도 방사능 측정기가 전무했다. 이날 오후 도쿄에서 입국한 김모(38·여)씨는 “지진 공포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일본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제주공항에 방사능 감지기가 아직 설치돼 있지 않아 놀랐다”며 “하루빨리 항공편 이용객에 대한 방사능 검역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일본에서 입국한 승객들이 방사능 측정 장비를 통과하도록 했으나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모든 승객을 조사하지는 못한 데다 수하물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항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는 이날 일본 하카다와 시모노세키 등에서 여객선 뉴까멜리아·비틀즈·코비·성희호 등을 타고 800여명의 한·일 승객이 입항했다. 하지만 방사능 검사 장비가 한 대도 없어 승객 모두 간단한 입국 절차만 마친 뒤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이에 교과부는 김해공항과 부산여객터미널에 각 1대씩의 방사능 감지기를 설치해 18일 오전 9시부터 일본 입국자를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제주=윤봉학 이영재 주미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