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외래)·병원급(입원)·상급병원(중증진료) 기능 3원화… 경증환자 대형병원 가면 돈 더 낸다
입력 2011-03-17 18:25
정부가 왜곡된 각급 의료기관 기능을 바로 잡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어 당장 환자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기관별 역할이 한계 없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보건의료 분야의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본계획은 의료기관을 의원-병원급-상급종합병원의 세 단계로 나누고 고유 기능을 명확히 했다. 의원은 경증환자 외래진료와 노인·만성질환자 관리, 병원급은 입원환자와 분야별 중증환자 전문치료, 상급종합병원은 고도중증환자 치료와 연구·교육을 맡게 된다. 복지부는 상반기 내 의료기관 종별 표준업무 고시를 제정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역할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빼든 핵심 카드는 가격이다. 의료기관들이 급에 안 맞는 진료를 하면 해당 진료수가는 낮추고 환자 부담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기 같은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가면 약값 등 본인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반대로 대형병원의 중증환자 치료 수가는 늘고 환자 부담은 준다.
이에 대해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에 따른 고통이 서민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에 직면한 의료계를 상대로 공급체계 등을 정비토록 강제하기보다 환자부담률을 재조정하는 손쉬운 방법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리는 근본 원인은 국민들의 동네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등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대 등 10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복지부 계획은 의료공급 과잉과 공급체계 문제를 방치하고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며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권을 박탈하고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