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방사능 공포… 각국, 자국민에 “도쿄서 철수하라”
입력 2011-03-17 21:38
일본의 방사선 누출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외국인들이 위험지역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방사선이 누출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400㎞ 이상 떨어진 시즈오카(靜岡)현의 하마오카(浜岡)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도 17일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하마오카 원전은 안정적으로 운전되고 있던 만큼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외무부는 도쿄에 거주하는 대사관 직원 가족들과 영사관, 기업 및 정부기관 고용원들이 18일부터 도쿄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미하일 벨리 주일 러시아 대사는 “귀국을 희망하는 대사관 직원의 가족은 모스크바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 소재지로부터 80㎞ 바깥 지역으로 피신할 것을 권고했다. 도쿄 주재 미국 대사관은 피신이 어려울 경우 집안에서 문을 닫고 있을 것을 당부했다. 머레이 매컬리 뉴질랜드 외무장관도 후쿠시마 원전 80㎞ 밖으로 떠날 것을 촉구하며 “도쿄와 다른 지진 피해지역에 남아 있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뉴질랜드인은 그곳에서 떠나는 문제를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미셸린 칼미 레이 스위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일본 동북부와 도쿄 등 위험지역에 있는 모든 스위스 국민에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지역을 떠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는 전세기를 동원해 일본을 떠나려는 자국민을 일단 도쿄에서 홍콩으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일본 여행 경보를 발령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본에서 출국하라”고 당부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다만 “방사선 누출과 출국 권고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방사능 공포가 필요 이상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캐나다는 지진·쓰나미 피해 현장에 파견했던 의료구호팀을 사흘 만에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의료구호팀 발레리 르제프카 단장은 “일본에 파견갈 때 방사선 유출에 대비한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귀환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다롄(大連)을 통해 귀국한 자국민이 4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