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추위·배고픔 견디다 못해… 노인들 사망자 속출
입력 2011-03-17 21:39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1주일째를 맞으면서 피난민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불충분한 의료설비와 추위 등 때문이다. 일본 동북지방은 16일부터 겨울형 기압 배치가 되면서 17일 한겨울이나 다름없는 추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 환자들의 사망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17일 현재 2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피난민 사망자 속출=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후타바(雙葉)병원과 노인보건시설에 수용돼 있던 환자, 입소자 128명은 14일 밤 현립 이와키고요 고등학교에 마련된 피난소에 버스로 옮겨졌다. 그 가운데 2명이 이송 도중 숨졌으며, 피난소에서 16일까지 12명이 차례로 사망했다.
이와키고요 고등학교 체육관에는 대형 난방기 6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포가 부족하고 의료설비나 의사도 없었다. 이 학교 교장은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의료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노인 환자들이 숨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외에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에서는 16일 시립 제1중학교에 대피해 있던 80대 여성이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미야기(宮城)현 다가조(多賀城)시 센엔(仙鹽)종합병원에서도 17일 아침 고령의 입원환자 8명이 숨졌다.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는 사람들도 위기에 처해 있다. 피난소까지 왔더라도 대부분 평소 복용하던 약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후쿠시마현에서는 원전 사고로 의료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인공투석을 받지 못하게 된 환자 740여명이 이날 오전 버스 30대로 도쿄 등 수도권 의료기관에 이송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구호품마저 제대로 보급 안 돼=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다른 이재민들도 마찬가지다. 도로 등 인프라의 마비, 인력부족, 대도시권의 사재기 등으로 유류난이 가중되면서 구호품이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청이 이날 오후 2시 현재 추정한 피난민은 8개 현 2299개 피난소의 38만6980명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피해지역에 음식 306만식, 음료수 187만병, 분유 7t등이 필요하지만 16일까지 176만6000식, 음료수 84만1000병, 분유 7t밖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행히 17일 미군 헬기가 피해 지역에 물 59t과 음식 1.9t을 배부하는 등 구호품 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피로와 영양부족, 추위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피난민 가운데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테현 가마이시(釜石)시 고시 소학교에서는 독감 환자 8명이 전염 우려로 다른 교실에 격리돼 있다. 이와테현 오쓰치(大槌)초의 공민관에는 설사와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가 8명 발생했다. 물이 없어 인근 개천 물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고시 소학교의 보건교사 다카하시 미치코는 “모두 지쳐 있고 영양도 좋지 않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양한 질병에 감염되기 쉽다”면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