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가족사진 찾으러 집 들렀는데… 아내·딸 극적 상봉
입력 2011-03-18 00:38
드라마 같은 가족재회·구조 이모저모
수만명이 여전히 소식이 닿지 않는 가운데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하나둘 전해졌다. 전 세계는 이재민 구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시간 만의 생환=16일 미야기(宮城)현 오나가와(女川)초에서 남녀 14명이 구조대에 의해 지진 발생 100시간 만에 발견됐다. 마을에서 높은 집이어서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던 이들은 피난소로 대피하자는 구조대의 권유를 거부했다. 이재민 중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도리하타 신이치로(61)씨는 “아내가 언제 올지 모른다”며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8000명이 행방불명 상태인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에서는 한 남자가 극적으로 가족과 재회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후지시마 히로유키(51)씨는 쓰나미가 몰려올 때 건물 4층으로 피해 간신히 화를 면했다. 아내와 딸은 연락이 끊겼다. 후지시마씨는 여러 피난소를 다니며 두 사람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휴대전화도 응답이 없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영정사진을 찾으려고 집으로 향한 그는 13일 오후 집 현관 앞에서 아내와 딸과 상봉했다. 아내와 딸은 지진 발생 10분 전 차를 타고 고지대의 호텔로 피했다고 했다. 후지시마씨는 “가족은 꼭 살아 있다. 모두 희망을 버리지 말고 노력하자”고 주변 사람들을 격려했다.
이와테(岩手)현 노다(野田)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던 한 남성이 극적으로 살아났다. 도쿄에서 15년 전 귀향한 이 남성은 이후 한번도 집밖으로 안 나갔다. 쓰나미가 집을 덮칠 때도 “귀찮다”며 피하지 않았다. 급류에 쓸려가던 그는 비닐하우스 지지대를 잡아 간신히 살았다. 어머니와 재회한 그는 “운이 좋았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만명가량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시노마키(石卷)시 시장은 “이 지역 사망·실종자가 1만명에 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경찰청은 17일 오후 10시 현재 사망·실종자 수가 1만5214명이라고 밝혔다.
◇116개국 지원 나서=자신도 이재민이면서 피난소에서 앞장서 남을 돕는 중학생이 일본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인 이토 히카루(15)군.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의 피난소에 머물고 있는 이토군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오면 교복 차림으로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른다. 이토군 역시 쓰나미로 부모님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인 데도 “젊고 건강한 우리야말로 힘내 협력하고 싶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해외 지원도 점차 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6일 오후 116개국과 28개 국제단체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일본 외교공관도 지진 생존자 지원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미국은 국가핵안보국(NNSA), 에너지부 등 전문가 33명으로 구성된 핵대응팀을 17일 일본에 배치했다. 또 이날 3척의 함선을 추가 파견했고, 후쿠시마에 무인정찰기도 보내기로 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인명구조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갖춘 투라야 위성전화 78대와 이리듐 위성전화 13대 등을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휘발유 1만t, 디젤유 1만t을 추가 원조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재민에게 구호물자를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수송을 자위대가 전담토록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