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최승욱]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의 헌신적 봉사

입력 2011-03-17 21:41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보여준 일본 센다이(仙臺) 총영사관의 ‘파이팅’이 신선하다.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스캔들 때문에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 외교관’에게 실망했지만 센다이 총영사관의 활약은 이 같은 생각을 씻어버리게 한다.

센다이 총영사관 김정수 총영사를 비롯한 직원 12명은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매일 24시간 영사관을 운영한다. 근무조는 따로 없다.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빼고 모두가 하루에 20시간씩 근무한다.

16일 센다이를 떠나며 만난 영사관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감과 피곤이 감돌았다. 17일 도쿄에서 전화를 했지만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도쿄로 이동했다는 미안한 마음은 전할 틈조차 없었다. 계속되는 여진, 갑작스런 폭설 속에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센다이 총영사관에서는 교민을 이송하는 차량용·난방용 연료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센다이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갈 버스나 항공기를 좀처럼 구하기 힘들다. 택시도 미리 행선지를 밝히고 운전자와 조율해야 탈 수 있다.

영사관 직원들은 민간 버스회사를 돌며 차량을 확보했다. 귀국하려는 교민, 유학생, 관광객을 위해서다. 직원 가족도 팔을 걷고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추영(55) 총영사 부인과 직원 가족들은 쓰나미가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영사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피난민이 아니다. 집을 잃은 교민과 유학생을 위한 식사를 만들고 나눠준다. 시내 곳곳의 주유소와 연락해 난방유를 구하고, 모자란 식료품을 찾아 나선다.

지난 12일 센다이에 도착한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 7명도 교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주로 교민 이송과 상황점검 업무를 담당한다. 하루 한 번으로 계획됐던 교민 이송이 최대 다섯 번으로 늘어 언제든 이동을 원하는 교민이 모이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게 한다.

신속대응팀은 16일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의 한 주택에서 6일간 고립됐던 교민 4명을 구조했다. 대응팀 박성수 과장은 “우리 교민 모두가 안전하게 재해현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지금은 너무 바빠 교대요청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공관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류 국민과 여행자의 안전”이라며 “상황에 따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인근 일본인 대피소에도 구호물품을 조금씩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