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박철우, PS맞아 고비마다 효과만점 불꽃타

입력 2011-03-17 17:57

한국 배구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26)는 지난해 FA시장 중심에 있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현대캐피탈을 떠나 삼성화재행을 택했지만 그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수술여파도 있었지만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왔던 세터 최태웅이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 기댈 곳도 없었다.

2010∼2011 시즌에 돌입했지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삼성화재의 조직력에 흡수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가빈이 혼자 분투했지만 팀은 2라운드에 맨 꼴찌까지 떨어졌다. 신치용 감독은 가빈이 공격점유율 50%를 차지할 때 박철우가 30%를 분담해주길 기대했지만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한 신 감독은 경기 중 작전타임에 “네가 잘해줘야 이길 수 있어”라며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전 경기에 나서며 세터 유광우와 호흡을 꾸준히 맞춰간 박철우는 정규리그 막판에는 현대캐피탈 시절 보여줬던 호쾌한 공격력이 되살아났다. 그의 본격 가세로 팀은 초반 3승9패 이후 무려 13승5패를 추가, 7위에서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각 팀에 ‘가빈-박철우 쌍포’ 경계령이 내려졌다.

16일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올 시즌 박철우 최고의 날이었다. 18점을 올렸지만 위기 때 터져나온 공격력은 효과만점이었다. 공격점유율(25.6%)과 성공률(52.2%)은 자신의 정규시즌 성적(22.5%·51.5%)을 능가했다. 더욱이 후위공격 4개, 블로킹·서브득점 각 3개씩을 기록하며 프로데뷔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자신의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 장면도 있었다. 21-20으로 앞서던 1세트에서 LIG손보의 김상우 감독은 임동규를 원포인트서버로 기용해 박철우에게 목적타 서브를 넣도록 했다. 당황한 박철우는 서브에이스를 내줬고 박철우 대신 서브를 받으려고 이동한 김정훈은 범실을 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4점을 내준 삼성화재는 23-25으로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이 장면은 상대팀에서 두고두고 박철우를 괴롭힐 파일로 삼게 될지 모른다. 반면 이를 극복하게 되면 그는 ‘포스트시즌 사나이’로 거듭나게 된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