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日 민주당 스도 노부히코 중의원 의원 인터뷰… “일본 안전신화는 말뿐”

입력 2011-03-17 21:42


“우리의 재해대책이 근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자연의 경고다.” 일본 집권 민주당의 위기관리전문가 스도 노부히코(首藤信彦·사진) 중의원 의원은 17일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동일본 대지진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재해 대책, 예측부터 실패=스도 의원은 인터뷰에서 “일본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나라임에도 그 대응체계가 너무나도 안이했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그는 두 가지를 꼽는다. 그간 많은 지진 전문가들이 앞으로 대지진이 도쿄 주변에서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도카이(東海) 지진설’을 강조해 왔으나 실제론 도호쿠(東北)지방에서 발생했고, 예상지진 규모도 8을 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이번에 밀려온 것은 규모 9.0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예측 재해규모를 훨씬 웃도는 대지진과 쓰나미가 몰려왔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진은 아직까지도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수많은 관측 장비를 전방위적으로 배치하고 최악의 지진 규모를 전제해 대비책을 마련했었더라면 이번 같은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한 시간에 500㎜ 이상의 비가 쏟아지는 게 흔한 세상인데 재해 예상수준이 그에 못 미친다면 대책이 제대로 나오겠느냐는 것이다. 쓰나미가 예상되는 해안가 주택은 철골구조로 짓도록 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전 사태의 교훈 곱씹어야=화제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사태에 이르자 스도 의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는 “원전의 안전성 관리가 지금까지 원자로에만 집중되고 냉각설비나 이를 지원하는 전원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결과적으로 지진으로 냉각설비가 고장 나고 예비 발전설비는 쓰나미에 당하는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각국에 원전 붐이 일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전이 해수를 냉각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짓는 경향인데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원전은 한 곳에 원자로 몇 기를 함께 건설하기 때문에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야말로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가 총체적인 드러났기 때문에 모든 원전 사업자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재해안전청 설치 절실=스도 의원은 “일본의 안전신화는 그야말로 말뿐이었다”며 “이제는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쓰나미 피해지역에 식량 등 지원물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일본의 수많은 안전규율과 규범 때문인 측면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예컨대 헬기로 지원물자를 피해 현지에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만 이는 헬기 물품수송의 경우 공중낙하가 운행규칙상 금지돼 있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집권 경험이 일천한 민주당 정부와 관료 간 불협화음도 지적했다. 과거 자민당 정부는 지나칠 정도의 정관(政官) 유착이 문제여서 민주당 정권이 이를 배제했는데, 정작 위기 사태에 직면해서는 정관 관계가 융통성 없이 법규대로만 움직이는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는 “현재 중앙·지방정부의 자문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해대책위원회가 실질적인 중앙-지방을 연계하고 각 부처의 재해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기구, 마치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같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번 재난이 정치자금 문제나 예산안 처리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민주당에게는 되레 회생의 기회를 안긴 게 아니냐고 했더니 스도 의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원전사태의 조기 수습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스도 노부히코(65)는 일본의 대표적인 위기관리연구자이며 NGO인터밴드 창설자로도 유명하다. 일본 도카이(東海)대학 평화전략국제연구소 교수를 거쳐 2000년 정치권에 입문한 3선의 민주당 중의원 의원이다.

도쿄=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