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히 버려라! 자유 얻으려면…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입력 2011-03-17 17:30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브룩스 팔머/초록물고기
당신의 서재를 떠올려보자. 사놓고 읽지도 않은 책이 있을 것이다. 들머리의 몇 장만 들춰보다 도로 책장에 꽂아버린 책도 있을 것이다. 옷장이나 주방도 마찬가지. 옷걸이에 유행이 지나 이제 입을 수도 없는 옷이 걸려 있지는 않은가. 찬장에도 쓸모없는 냄비나 그릇이 가득할 것이다. 이 밖에 침실과 거실, 욕실에도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너절한 가재도구가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은 왜 버리지 못하는가.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는 이런 물건들을 버려서 비우면 그 자리에 활력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잡동사니 처리 전문가(Clutter Buster)’다. 의뢰인의 집을 방문해 불필요한 물건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취사선택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컨설턴트다.
이런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겠지만 저자는 10년 넘게 이 일을 했다. CBS, 시카고트리뷴 등 유수 매체에 출연했거나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한다. 그만큼 수명이 다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책은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통 속에 살고 있다’는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집이 쓰레기와 다름없는 잡동사니에 점령당했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의 소유물 중 잡동사니로 추정되는 비율은 대략 75%. 잡동사니는 ‘집다운 집의 모습을 빼앗는 주범’이면서 ‘도대체 뭐하나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참담한 기분, 불평불만, 고통과 질병을 낳는’ 것들을 일컫는다.
“물건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거나 재미를 더해주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물건은 쓰레기이다. 그런 물건을 간직한다면, 우리는 잡동사니를 쌓아두기 위해 노동하는 것밖에 안 된다. 피땀 흘려 일해서 주택대출금을 갚거나 집세를 내는 이유가 고작 당신의 잡동사니를 방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니.”(39쪽)
사람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 내면에 침전된 ‘심리적 쓰레기’가 물건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잡동사니 처리 전문가로서 만난 무수한 의뢰인의 사례가 이 같은 진단을 내리게 된 근거다. 저자는 주부, 가수, 교수 등 ‘잡동사니의 포로’로 살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의뢰인을 만나 겪은 일화를 열거한다.
예컨대 한 의뢰인은 수백 권의 책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원룸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버릴 책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해도 의뢰인은 언젠가 읽을 책들이라며 고르지 못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눈 끝에 의뢰인이 털어놓은 진짜 이유는 책에 대한 집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자는 의뢰인에게 “당신은 이 세상의 책을 모조리 소유하고도 여전히 당신의 지적 수준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신의 생각으로 뼈대를 만들어야 단단한 인생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옛사랑과 주고받은 연애편지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 세기말 재앙을 우려해 1999년 구입한 비상식량을 21세기가 도래한 뒤에도 쟁여두고 사는 사람도 등장한다. 이들의 스토리는 제각각이지만 결론은 하나다. 잡동사니들은 ‘환영(幻影)’이자 ‘마취제’, ‘심리적 조작’에 불과하다는 것.
책에는 수집가들이 읽었을 때 뜨악할 수 있는 문구가 가득하다. 하지만 버리면 ‘스스로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내내 갈망했던 자유’까지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말미에는 저자의 노하우를 정리한 ‘잡동사니 비우기의 원칙’(329∼334쪽)이 소개된다.
“일 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잡동사니다. 트로피처럼 ‘소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은 눈 딱 감고 버려라. 집에 텔레비전은 한 대면 족하다. CD나 MP3 앨범의 수는 100장이 넘지 않게 하라. 옛날 인간관계와 관련된 물건은 몽땅 버려라. 예전 애인으로부터 받은 연애편지, 이메일, 특별한 선물 말이다….” 너무 가혹한 조언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