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도우려다 상처만 ‘진정한 나눔’ 일깨워… ‘나눔대장’
입력 2011-03-17 17:32
나눔대장/글 고정욱·그림 원유미/북스토리아이
우리는 살면서 종종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벤트성이 짙은 생색내기식 도움이 자칫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화 ‘나눔대장’은 초등학생이 남을 돕게 되면서 겪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공부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생 연우는 어느 날 학원 근처에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 다니는 같은 반 친구 석진이를 만난다. 석진이를 따라 아동센터에 들른 연우는 아동센터 독서실에 책이 많지 않고, 석진이의 집에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우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열린 전교 글짓기 대회에 석진이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써 상을 탄다. 이야기는 연우의 글짓기에 감동한 반 아이들이 책과 후원금을 모아 아동센터에 기부하기로 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커진다. 연우는 부모님께 돈을 타 기부하려고 하지만 희생이 없는 도움은 동정이나 다름없다는 아빠의 말에 토라진다. 연우는 돼지저금통을 깰까 잠시 고민했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살 돈이라는 생각에 너덜너덜해진 만화책 두 권을 기증하고 만다.
책과 성금을 모아 아동센터에 기부하는 사연이 지역 신문에도 실리지만 연우는 석진이를 비롯한 아동센터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마음 속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연우는 기증한 책의 절반 이상이 찢어지거나 너무 오래돼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아동센터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스스로 남을 도왔다는 우쭐함에 빠졌던 행동을 반성한다. 1급 지체장애인으로 그동안 23권의 인세 2억여원을 기부해온 저자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