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수다] 하급 외국인
입력 2011-03-17 18:02
얼마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사는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의 25.9%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출신 외국인은 8.2%에 그쳤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인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는 말하자면 환영받는 외국인과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인이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환영받는 외국인은 캐나다인일 것이다. 캐나다인들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면서 미국인이 아니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인에게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지 않는가. 그래도 2위는 미국인이다. 이유는 아마 미국 영어의 본산지에서 왔기 때문이겠지? 그 다음은 북미를 제외한 영어권국가, 즉 영국,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비영어권 서유럽국가 출신이 뒤를 잇는다.
동유럽 출신은 서유럽보다 인기가 덜하다. 종종 ‘하급 백인’으로 취급받고 영화나 텔레비전에 출연할 때도 서유럽이나 북미 출신보다 보수를 적게 받는다. 방송 쪽에서 일하는 외국인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그룹은 중국, 인도,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그들이 차별당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항공사 여직원이 한국인 친구에게 탑승권을 내주면서 인도 사람 옆에 앉지 않아도 되는 좋은 자리라고 하더란다. 황당해진 친구가 “왜 내가 인도 사람 옆에 앉기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여직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인도인 옆에 앉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다. 도대체 그런 불평이 얼마나 많았기에 항공사 직원이 그렇게 단언한 걸까.
가장 인기가 없는 그룹은 아프리카인과 미국 흑인들이다. 영어학원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더 많이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차별은 두 가지 오해 때문이다. 한국처럼 출산율이 극도로 낮은 나라는 노동력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처럼 출산율이 저조한 서유럽국가는 대부분 잘 교육받은 인도의 노동력이 자국에 이민 올 수 있게 후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냄새나는 외국인으로, 옆에 앉기조차 꺼려지는 존재로 차별받는다면 왜 굳이 한국에서 일하려 하겠는가.
두 번째 오해는 북미 및 서유럽 출신 외국인들이 한국에 큰 이익을 줄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잠깐씩 한국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수입이 좋은 영어강사 자리에 혹해서 왔다가 몇 년 지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그들의 청춘과 건강과 노동력을 바쳐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그룹에 속하는 외국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베라 호흘라이터(tbs eFM 뉴스캐스터) 번역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