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주민투표 제한’ 추진 논란

입력 2011-03-16 21:24

서울시의회가 주민투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16일 시의회에 따르면 김연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시의원 24명은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고 집행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투표조례 개정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공시설 설치 등 투표 대상을 명시한 조례 4조에 ‘시의회가 예산을 심의·의결해 시행시기, 지원범위, 지원방법 등을 확정한 사항은 투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 투표와 관련 “현행 조례는 시의회가 확정한 사안도 주민투표를 통해 바꿀 수 있도록 해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안 등 6가지를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한 주민투표법 7조2항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측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이 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규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해석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측이 조례 개정에 나선 것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막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 발의에 참가한 한 의원은 “현재 주민투표가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악용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민투표 서명운동이 본격화되자 이에 제동을 걸고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종현 시 대변인은 “지방자치법과 주민투표법으로 규정된 주민투표를 하위법인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며 “법률이 정한 주민의 권리를 조례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조례 개정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시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공포를 거부하고 재의결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가 재의결되면 무상급식 조례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 전면 실시 여부를 놓고 대립해온 시와 시의회 민주당 측의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공식 서명청구 위임자가 2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