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점령땐 르완다 같은 대학살 있을 것"
입력 2011-03-17 01:13
국제 사회의 관심이 일본 대지진으로 쏠린 사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친위부대가 반군의 거점인 동부 도시 벵가지로 진격했다. 수세에 몰린 반정부 세력은 “세계가 잠자고 있다. 그들은 카다피의 석유에 취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다피군, 벵가지 진격=카다피 친위부대 측은 15일(현지시간) 리비아 국영 TV에서 “군은 당신(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일상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벵가지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리비아 정부는 “벵가지로 가는 길목인 아즈다비야에서 알카에다와 연결된 용병과 테러리스트들이 일소됐다”며 정부군이 현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벵가지는 아즈다비야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져 있다.
승기를 잡은 카다피 측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을 거명하며 “식민주의자들은 완파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프랑스에 대해서는 “이 광대(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로부터 우리가 먼저 원하는 건 리비아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라면서 “그는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이탈리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군들에게 “항복 또는 도주의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정부 시위에 퇴진한 튀니지·이집트(지도자들)와 달리 리비아 국민은 내 편에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로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카다피군의 포탄 세례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군은 공포에 떨고 있다.
리비아 인권단체 대표인 솔리만 보우추이귀르는 “만약 카다피가 인구 67만명의 벵가지를 공격한다면 르완다 같은 대학살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4년 내전에서 승리한 르완다 정부는 100일간 약 80만명의 반군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레인, 초긴장 상황=바레인 반정부 시위 사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들의 개입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니파인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이 15일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시아파가 주도하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으나 시위는 더 격화되고 있다.
미 CNN은 16일 바레인 정부가 수도 마나마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 최소 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바레인에 해군 제5함대를 배치하고 있는 미국은 15일 현지 자국민과 군속에 대해 대피 권고를 하는 동시에 제프리 펠트먼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를 특사로 파견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