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웃 나라 한국의 救日 물결… 대학가도 원폭 피해자도 日 돕기 십시일반

입력 2011-03-16 21:58

일본 이재민 지원 활동은 시민단체와 연예계를 넘어 대학가로 확산 중이다. 이미 시작한 모금 운동에는 참여자가 늘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6일 오후 1시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는 일본인 여대생 4명이 “일본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화여대 교환학생이었다. 주황색 모금함을 받쳐 든 손은 찬바람에 새빨갰다. 즈보타 호나미(23)씨는 “일본이 지진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10원이라도 괜찮습니다. 일본을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유창한 한국말은 절박하게 들렸다. 모금함 2개가 1시간30분 만에 가득 찼다. 첫날인 15일에는 1시간여 만에 100여명이 약 2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인 학생들은 따뜻한 음료를 함께 건네며 응원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기부하는 여대생도 있었다. 아키코 곤도(23)씨는 “일본의 가족과 친구를 돕는 방법은 이것뿐”이라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고려대 일본인 유학생은 오는 31일까지 강의실을 돌며 모금하기로 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재일교포 학생들과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한국외대는 일본어대학 재학생과 동문회, 국제학생회가 나섰다.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는 성금함을 설치하고 모금에 들어갔다. 연세대 이화여대 한성대는 교직원 급여를 공제해 성금을 마련했다. 서강대는 사회봉사센터가 학생과 교직원을 상대로 모금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4일 시작한 모금 운동에는 이틀간 4만여명이 동참했다. 모금액은 2억3977만원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아이티 지진 때와 비교하면 초반 개인 기부액이 더 많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세이브더칠드런, 아름다운가게, 한국YWCA연합회, 한국유니세프 등 구호 및 비영리단체가 진행하는 모금 운동에도 참여자가 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오는 30일까지 회당 1004엔(1만3827원)씩 기부하는 모금 운동을 시작하고 회원에게 동참을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전국 회원에게 성금 요청 공문을 보냈다. 대한적십자에 100만원을 기탁했고 지부장 회의에서 440만원을 더 거뒀다. 김용길(71) 회장은 “1945년 히로시마(廣島) 폭격 후유증으로 여동생, 할머니, 아버지가 사망했다”며 “핵의 위력을 알기에 일본 상황이 더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독도가 한국 땅임을 홍보하는 반크(VANK)는 한 달간 신규 회원 가입비(1인당 3만원)를 모아 전액 일본에 기부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무성 원내대표 제안으로 10만원씩 성금을 걷기로 했다.

배우 이병헌 안재욱씨는 각각 5000만엔(약 7억원), 1억원을 대한적십자에 기부했다. 동방신기 멤버였던 가수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는 월드비전에 6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이현세 김동화 황미나씨 등 만화가 30여명은 위로의 뜻이 담긴 만화를 그려 성금과 함께 일본만화가협회에 전달한다.

한편 정부는 일본의 요청을 받고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화학물질인 붕산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4일 대한적십자사에 구호성금 10억원을 기탁했고, 신한금융그룹도 대한적십자사와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 등을 통해 성금 1억엔(약 13억8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우리금융은 대한적십자사에 성금 10억원을 기탁했고 산은금융과 하나은행도 각각 2억원, 5000만엔을 기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시설이 파괴된 일본 JX에너지에 휘발유 26만 배럴을, 현대오일뱅크는 합작 파트너인 일본 코스모오일에 등유 30만 배럴을 4월까지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GS칼텍스 역시 일본의 정유업체인 JX NOE 측의 요청에 따라 휘발유와 등유, 경유, 항공유 등 100만∼150만 배럴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일본 현지법인 포스코재팬을 통해 성금 1억엔을 지원키로 했다.

강창욱 김나래 박지훈 김도훈 김아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