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국내中企 “日사업 접을까”… 수출입 차질 갈수록 확산

입력 2011-03-16 20:02


플라스틱 첨가제를 일본에 수출하는 A 중소기업은 대일(對日)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거래기업이 지진 피해 지역인 센다이에 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이후 거래처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일 수출로 연평균 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이 업체는 일본과의 거래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볼베어링을 수입·조립해 납품하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B사는 일본 지진으로 매출이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으로 원자재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산 규모가 감소하면 즉각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인 전자 클러치 볼베어링은 일본에서만 만들고 있어 사태를 극복할 만한 뾰족한 대책도 찾기 힘들다.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중소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피해를 접수한 업체는 16일 오후까지 200곳 정도다. 피해액은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0만 달러 안팎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적은 액수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피해 사례를 접수한 지 3일째 상황이 이 정도면 앞으로 피해업체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액은 105억 달러로 우리나라 대일 수출 규모의 37.2%를 차지했다. 대일 수출 중소기업은 1만9000곳, 수입업체는 3만곳 정도다.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입 규모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업체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가 중단되거나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당장 필요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생산업체 H사는 20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게 생겼다. 얼마 전 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일본 기업이 센다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지진 이후 아직까지 해당 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상당한데도 아직 일본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 관계자는 “대일 수출입 중소기업들은 자금흐름이 막혀버린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눈앞의 유동성 문제를 수습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의 대일 사업 철수는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동대응 단계라 그렇지 며칠 안에 일본에서 사업을 끝내려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호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기청은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은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빌려주거나, 기존에 대출받은 정책자금의 상환 기간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중기청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업체당 10억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사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신용보증 지원 등 금융지원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