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원전 4호기 폐연료봉, 격납용기 밖 위치… 방사능 직접 유출 가능성

입력 2011-03-17 00:56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가 새로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 4호기에서 15일에 이어 16일 새벽 예상치 못했던 화재가 또 발생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가 들어 있는 건물 외벽에 가로·세로 8m 크기의 구멍 2개가 뚫렸다. 이런 점으로 미뤄 화재라기보다는 폭발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용후 핵연료봉’에 주목=도쿄전력은 이에 대해 4호기에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봉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동 중인 원자로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동일한 것으로, 이 경우 상당한 에너지가 생기게 된다.

제1원전 4~6호기는 지진 당시 정기점검을 위해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빼낸 상태였다. 이들 사용후 핵연료봉은 원자로 건물 안 격납용기 상부에 위치한 수조(풀)에 보관해 왔다. 이처럼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은 격납용기에 둘러싸여 있지 않다. 따라서 폭발이나 화재가 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직접 유출되는 ‘재앙’이 생길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2006년 미국 하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는 “저장 수조의 냉각에 실패할 경우 약 100시간(약 4일)이 지나면 사용후 핵연료봉을 둘러싼 지르코늄 피복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르코늄 피복 화재의 경우 연료봉 내의 각종 방사성 물질이 화염과 함께 대기 중으로 급속히 퍼지게 된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성명을 내고 “4호기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화재 발생 직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 수조가 끓고 있다고 밝혔다.

◇미흡한 조치가 문제=4호기의 경우 15일 1차 화재 당시 방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아 직원들이 직접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4호기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16일 화재가 다시 발생하기 전까지 4호기 원전 부지 내 시간당 방사선량은 400밀리시버트(mSv)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조금 높은 500mSv가 되면 혈액 림프구 감소 등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15일 화재 당시 진화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시인했다. 도쿄전력 측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화재는 어제와 같은 4호기 북서쪽에서 발생했다”면서 “어제 화재는 한 직원이 불이 꺼졌다고 한 얘기만 믿고 진화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실토했다.

도쿄전력 측은 이에 대해 “이 직원은 눈으로 봤을 때 불꽃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후 상황으로 볼 때 15일 발생한 화재가 진화되지 않은 채 16일까지 계속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4호기가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그동안 1·3·2호기가 차례로 폭발하면서 이곳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보관된 수조는 여전히 제대로 냉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 방사선 방호 및 원자력안전연구원(IRSN)의 티에리 찰스 국장은 “지금까지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아 비관적”이라면서도 “일본인들이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교 기자, 이동재 선임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