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외국인 ‘엑소더스’ 가시화… 각국, 자국민 철수 전세기 띄워
입력 2011-03-16 21:42
일본 내 방사능 공포가 고조되면서 일본을 빠져나가려는 외국인의 행렬이 가시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일본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 철수 및 대피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15일부터 지진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이와테(岩手) 이바라키(茨城)현에 전세버스를 투입해 자국민을 도쿄 나리타 공항과 니가타 공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세기를 투입하거나 여객선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외교부는 방사능 누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간토(關東) 지방을 여행자제 지역으로 정하는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홍색은 외교부가 발령하는 여행경보 중 최고 등급이다. 오키나와(沖繩)를 제외한 일본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주의하라’는 회색 경보를 발령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미 여객기를 동원해 미야기현 등지의 피난소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을 귀국시켰으며, 프랑스 정부는 국적기 에어프랑스에 자국민의 귀국을 위한 임시 항공편을 요청했다.
체코는 일본에서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는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과 일본 내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항공기 2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대사관 및 스위스 대사관은 웹 사이트를 통해 일본의 지진 피해 지역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다른 국가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는 도쿄에 있던 대사관을 오사카 내 영사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시아와 유럽 항공사 상당수는 항공기 수십 편의 도쿄행 운항을 중단하거나 노선을 변경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은 최소 이번 주말까지 기존 도쿄행 항공기를 남쪽의 오사카와 나고야로 돌릴 계획이다. 이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일본에서의 1박을 피하기 위해 서울에서 임무를 교대하고 있다. 중국 에어차이나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도쿄로 가는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으며, 대만의 에바항공은 3월 말까지 도쿄 및 삿포로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일본행 비행 일정에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지만 미 항공 당국은 방사능 누출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본행 노선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