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는 가짜… 재수사 안한다
입력 2011-03-17 01:15
경찰은 ‘장자연 편지’가 위조된 자작극이라고 결론짓고, 재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6일 ‘장자연 편지’라고 공개된 문서가 고 장자연씨의 친필로 작성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문건 전반에 대해 재수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김갑식 형사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문제의 편지는 장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전모(31)씨가 2009년 사건 당시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기초로 해 고인의 필적을 흉내 내 작성한 위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위작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전씨 병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편지봉투 조작 흔적, 편지 내용 등을 들었다.
국과수는 장씨가 쓴 것으로 주장됐던 편지 원본의 필체와 2009년 3월 분당경찰서가 확보한 장씨의 친필 노트를 대조한 결과 획을 긋는 방식이나 펜을 눌러쓰는 힘(필압) 등이 확연히 차이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장씨 친필노트에는 ‘ㅃ’이 거의 둥근 원형의 형태를 보이지만 편지원본에는 아랫부분만 둥근 ‘U’ 형태를 띠었다. 친필노트에는 ‘ㅎ’의 첫 획이 비스듬하지만 편지에는 수직인 점도 차이를 보였다. 또 노트에는 ‘ㅑ’자가 ‘ㅣ’ 뒤에 ‘<’ 형태였으나 편지에는 ‘ㄴ’ 뒤에 대각선 방향으로 ‘/’모양이었다.
친필노트에는 펜을 약하게 눌러 써 전반적으로 문체가 유연하지만 편지의 필체는 강한 힘으로 반듯하게 획을 긋는 모양을 나타냈다. 국과수는 편지의 필적이 전씨의 아내와 아내 친구 명의의 편지 필적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필적이 전씨의 필적인지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장자연 편지’에 담긴 내용과 실제 사실이 다른 점을 밝혀냈다. 장씨가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편지에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영화의 제목이 ‘그들이 온다’에서 ‘정승필 실종사건’으로 변경된 것은 장씨 사망 3개월쯤 뒤인 2009년 6월이었다.
경찰은 전씨가 위작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위작 작성경위를 밝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씨가 장씨 관련 신문스크랩 기사 등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하는 등 심각한 과대망상에 빠진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 결과 전씨는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한 조사·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연관성이 없는 유명 연예인과 친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심각한 과대망상 증상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인 것으로 진단됐다. 실제로 전씨는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2006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수십 차례 과대망상증 등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장자연 편지의 존재를 처음 보도,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SBS는 이날 8시 뉴스를 통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이번 보도로 시청자에게 혼란을 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수원=김도영 기자,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