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김민회 기자 철수 르포… 부서진 길, 악천후, ‘최악의 취재현장’

입력 2011-03-17 01:09

센다이(仙臺)에서 서울로 귀환하는 길도 멀고 험했다. 방사능 피해가 우려되는 센다이를 일단 빠져나오기로 했다. 16일 오전 6시30분쯤 3박4일간 묵었던 센다이 호텔을 출발했다.

일단 아오모리(靑森)현으로 방향을 잡았다. 센다이에서 약 350㎞ 떨어진 최북단 도시다. 방사성 물질이 남서풍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원전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북쪽을 택했다.

밤새 잠도 못 이뤘다. 프랑스 러시아 미국 기자들은 이미 전날 본국으로 철수했다. 지진과 쓰나미가 몰아쳤을 때만 하더라도 차분하던 이곳 주민들도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방사능 물질이 덮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외국 기자들이 황급히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말 죽음의 재가 몰려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시민들의 공포가 확산되자 NHK 등 일본 내 5개 지상파 방송들은 하루 전 정규방송으로 전환했다. 밤엔 드라마도 내보내고, 아침엔 요리방송도 했다. 하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센다이 호텔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무섭다.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귀환을 결정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냥 철수할 수 없었다. 이들은 전날 라면, 빵, 삼계탕 등 생필품 35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아오모리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기에 앞서 센다이 북쪽 아라하마 로쿠코우 중학교에 설치된 대피소를 찾아 구호품을 전달했다. “한국에서 온 기독교 구호단체”라고 하자 “구호물자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먼 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와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귀환길은 최악이었다. 처음엔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었다. 당국이 긴급통행증이 없는 차량은 차단했기 때문이다. 지방도로는 지진 피해로 구겨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연료였다. 주유소 3곳을 들렀지만 허탕을 쳤다. 어렵사리 연료를 보충했으나 5∼10ℓ에 불과했다. 날씨도 엉망이었다. 전날 내리던 비는 진눈깨비로 변했다. 대낮인데도 밤처럼 주위가 깜깜했다. 바람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셌다. 이곳 기상청이 발표한 온도는 영하 3도였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에 가까웠다.

또 연료가 떨어졌다. 급하게 센다이 외곽 다이와(大和) 경찰서에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긴급통행증을 발급받았다.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5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도로가 울퉁불퉁했고, 진눈깨비가 몰아쳤다.

아오모리현으로 이어지는 동북자동차고속도로는 한산했다. 긴급통행증이 있는 차량만 통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 걱정도 덜었다. 긴급통행증을 단 차량의 경우 고속도로에선 무제한 급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허기도 해결했다. 쉼 없이 달렸다.

목적지인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쯤. 센다이 호텔을 출발한 지 15시간30분 만이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이석진(46) 사무국장은 “너무 슬픈 현실이다. 일본인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센다이·아오모리=김민회 기자 kimmh@kmib.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