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1인당 담요 한장… 이재민들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다”
입력 2011-03-17 01:06
지진 발생 6일째로 접어들면서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 돌아올 거라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생존자들은 추위, 배고픔, 공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따뜻한 게 먹고 싶어요”=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구호품 때문에 이재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12~15일 오전 9시까지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등 5개 현에 음식 123만5000명분과 생수 70만통이 수송됐다. 하지만 시청청사 등 지정된 창고까지만 도달할 뿐 이곳에서 피난소까지 가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
쓰나미로 주민 1만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미야기현 노마키(石卷)의 생존자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시노마키 전수대학에는 700여명이 난방이 안 되는 교실에서 피난생활 중이다. 세끼 식사는 모두 바나나로 해결하고 있다. 스에나카 노리코(70)씨는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다. 따뜻한 음료를 마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00명이 머물고 있는 한 피난소의 저녁식사는 밥 된장국 튀김 등 세 가지였다. 추위에도 1인당 담요 한장으로 버티고 있다. 피난소에 있는 라디오 한대로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원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가와마타초 대책본부 사토 데루마사씨는 “더 멀리 대피하라고 전할 통신망도 없고 대피에 필요한 휘발유도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방사능 노출을 우려한 구호물자 수송 차량들이 후쿠시마 진입을 꺼리면서 구호품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토 유헤이(佐藤雄平) 후쿠시마 지사는 일본 정부에 구호물자 수송을 위한 교통수단 확보를 요청했다.
피해가 집중된 센다이(仙臺)시에서는 아침부터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사노 아야코씨는 2시간 반을 기다려 휴지와 식량을 샀다. 그는 “15일엔 6시간 반을 기다렸다”면서 “여진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어 힘들다”고 말했다.
◇희미해지는 생존 가능성=일본 경찰청은 16일 오후 8시 현재 사망·실종자가 1만2449명, 피난소에 있는 이재민이 42만9146명이라고 밝혔다. 지진·쓰나미 발생 6일째에 접어들면서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만7000여명 중 8000여명이 여전히 연락이 끊긴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 시즈가와 지역에 사는 가토 미나미(16)양은 “쓰나미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가토양의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었고 마을 방파제는 언제나 큰 파도를 막아줬다. 하지만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쓰나미에 휩쓸려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쓰나미로 1만명의 소식이 묘연해진 이와테현 리쿠젠타가타시의 한 노부부가 40대 딸을 찾으려고 폐허 속을 뒤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진흙더미가 돼버린 딸의 회사 근처에서 부부는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허탈해했다. 부부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