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국민일보 보도 日교민 김일광씨, 한국 가족과 전화 상봉… “아내 잃고 가슴이 너무 아파”

입력 2011-03-16 21:50


16일 오전 8시30분쯤 본보 편집국에 전화가 걸려 왔다. 일본 센다이를 덮친 쓰나미에 일본인 아내를 잃은 교민 김일광(36·본보 16일자 1면 보도)씨의 누나 김란(41)씨였다.

김씨는 “동생의 생사를 몰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국민일보에 실린 사진과 기사를 보고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살아 있는 동생과 이 소식을 전해 준 국민일보가 너무너무 고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어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한데, 아내를 눈앞에서 잃은 동생이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동생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 그러나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센다이에 특파된 본보 최승욱 기자는 누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김일광씨를 찾아 나섰다. 오전 11시쯤 센다이 총영사관에 초췌한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대지진 참화 속에서 가족간의 애틋한 통화가 이뤄졌다. 김씨는 애타게 기다리던 동생의 목소리를 듣자 말문이 다시 막히는 듯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이들과 한국에 돌아오라”는 말만 힘겹게 반복할 뿐이었다. 김일광씨는 누나에게 “가슴이 너무 아프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여기는 지금 휘발유도 없고, 교통편도 끊겨 처가가 있는 이와테현에도 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김평권(66)씨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누나 김씨는 “하나님께 동생하고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매일 기도했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응답을 주셨다”고 감사해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