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지구촌 원자로 437기… 일본發 ‘핵 공포’에 비상

입력 2011-03-16 22:32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발전시설이 잇달아 폭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전 세계에 핵 공포를 가져왔다.

필리핀에서는 16일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아시아에 확산됐다’는 루머가 ‘영국 BBC 속보’라는 제목을 달고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퍼졌다. 북부의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을 급히 집으로 돌려보냈고, 일부 기업도 퇴근시간을 앞당기는 소동이 벌어졌다. 필리핀 국가수사국은 헛소문 유포자 추적에 나섰다.

베네수엘라에선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지닌 일본에서도 원전 폭발 사고가 터지는 것을 보고 전 세계가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력의 절반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벨기에도 이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7개 원자로의 안전성 정밀 진단을 실시하기로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추가건설이나 가동시한 연장을 중단키로 했다. 태국에서도 원전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최고의 안전국이라는 일본에서 일련의 원자로가 연속 폭발하는 초유의 사태는 “과연 인간이 원자력에너지를 안전하게 다룰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다시 던졌다.

지구상에서 원전이 밀집된 지역은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다.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미에서도 원자력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에서도 원자력 붐이 막 시작되던 참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해 1월 1일 기준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원자로는 30개국 총 437기에 이른다. 전 세계 소비 전력의 13.5%가 원자력에서 나온다. 여기에 55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미국이 가동 중인 원자로는 104기로 세계 최대다. 미국은 전체 전력 소비량의 20.2%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로 주변 16㎞ 내에 거주하는 인구만 300만명에 이른다. 폭스뉴스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플로리다 크리스털 리버 원전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인 유럽연합(EU)도 안전 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반핵단체 비욘드누클리어의 폴 건터는 “이번 사고는 원자력발전소가 한 국가의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이란 점을 입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석유 고갈 위기, 저탄소 청정 차세대 에너지 개발 등 원전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많다.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 없이는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한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