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폐연료봉 핵분열 연쇄반응 우려… 원전 주변 기준치 6000배 넘어

입력 2011-03-17 01:25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제1원전 4호기에서 16일 또 다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났다. 3호기에서는 흰 연기가 계속 솟아올랐다. 1~3호기 내 연료봉은 여전히 노출돼 있는 상태다.



일본 언론은 제1원전 주변 방사능 물질 검출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해수 주입 작업을 하던 필수 인력조차 일부만 남긴 채 긴급 철수했다고 전했다. 일본 자위대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3호기 상공에서 다량의 물을 투하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증가함에 따라 작업을 중단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하지만 해수 주입을 통한 냉각 시도 외에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최선을 다해 원전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제1원전 정문 부근 방사선량이 오전 10시쯤 급상승했다”면서 “압력억제실이 파손된 2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온 게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제1원전 정문 주변에서는 시간당 10밀리시버트(mSv)에 이르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인 1000마이크로시버트(μ㏜)의 1만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후쿠시마 시내 수돗물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더욱이 제1원전 주변 반경 20~30㎞ 지역(옥내대피구역)에서도 기준치의 600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정도다.

도쿄전력은 4호기 화재와 관련, “사용후 핵연료봉을 저장한 수조의 물이 끓어 수위가 낮아지고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이 경우 핵분열 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다”고 밝혔다.

‘사용후 핵연료봉’의 핵분열이 발생한다 해도 대폭발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가동 중인 원자로가 보호벽 없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방사능 대량 누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프랑스 방사선방호 및 원자력안전연구원(IRSN)의 티에리 찰스 국장은 “(4호기는) 앞으로 48시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4호기 부근에 냉각을 위해 경찰 물대포를 배치했다.

영국의 화산재예보센터(VAAC)는 이번 사고 여파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을 포함한 10개 지역 공항을 경유하는 항공기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긴급 전문을 이날 항공업계에 보냈다.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에서 김영순(52·여)씨 등 한국인 4명을 처음으로 구조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